▶ 계절근로자‘워크 캠핑족’ 수천명
▶ 회사생활 지쳐 자유로운 삶 추구, 저임금에도“유랑생활 즐겨요”

빌 맥클레인과 그의 아내 달라. 캘리포니아에서 22년간 할리-데이비슨 매장을 운영했던 이들은 2010년 사업을 접고 워크 캠핑 커뮤니티에 합류했다. <사진 출처: Jenn Ackerman/뉴욕타임스>
레저용 차량(RV)를 타고 전국을 떠돌며 계절근로자로 일하는 나이 지긋한 은퇴자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모토홈 혹은 트레일러에서 생활하는 이른바 워캠퍼(workamper)들은 계절일자리를 찾아 전국의 야영장을 누비고 다닌다.
마이클 슈메이커(69)도 ‘현대판 유목민’ 그룹에 해당하는 수천명의 ‘워크 캠핑족’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옐로스톤과 그랜드 티턴 내셔널 팍스의 소매점에서 카운터 일을 보았고 애리조나주의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스프링 캠프에서 임시 일자리를 잡았으며 노스다코타와 미네소타 접경지에서 사탕무(sugar beet)를 수확해 야적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아메리칸 크리스탈 슈가’의 사탕무 농장 프로젝트에는 550명의 워캠퍼가 동원됐다.
워캠퍼들은 단지 돈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베이비부머들이 대부분인 워캠퍼들은 어디선가 잃어버린 삶의 의미를 되찾고 싶어 한다.
이들의 ‘출신성분’은 다양하다. 저소득층에 속한 빈티 나는 은퇴자도 있지만 풍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워캠퍼도 적지 않다.
이들 중 절대다수가 독립적인 삶을 귀중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외부인’들의 눈에 워캠퍼들은 곧잘 뿌리 없는 부랑인으로 비춰진다.
노스다코타 그랜드 폭스 소재 ‘익스프레스 임플로이먼트 프로페셔널스’에서 사탕무 수확을 위한 워캠퍼 모집과 관리를 담당하는 알 소렌센(70)은 “캠핑족 근로자”들을 늘 똑같은 회사생활에 진력이 난 사람들로 묘사한다.
워캠퍼의 업무는 재택근무, 단기계약직 등 점차 일반화되어 가는 ‘기그 이코노미’의 여러 요소들을 한데 합쳐 놓은 것처럼 보인다. 사실 기그 이코노미의 다른 이름이 ‘단기계약 경제’다.
기그 이코노미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인 탄력근무제는 워캠퍼들에게도 적용된다. 모빌홈에서 생활하는 워캠퍼들도 일종의 재택근무를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시급은 7.25달러에서 12달러로 그리 높지 않다. 게다가 대부분의 캠핑 노동자들이 장시간 근무를 기피하는 탓에 생계임금을 받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물론 낮은 임금을 상쇄해주는 좋은 점도 적지 않다.
우선 미국의 주요 하이웨이는 물론 샛길까지 통달하게 되고 다양한 업무를 접하기 때문에 진력이 나지 않는다.
풍광 좋은 곳이나 명승지 인근의 야영장에서 지내는 것도 워크 캠핑의 다양한 매력 가운데 하나다.
워크 캠핑은 소셜시큐리티와 펜션 등 기댈만한 재정적 언덕을 지닌 은퇴자들에게 자유를 제공한다. 일하는 곳의 매니저가 마음에 안 들거나 일의 성격이 못마땅하면 그대로 차를 몰아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그만이다.
‘경제적 난민’을 자처하는 빌 맥클레인(60)은 올해로 벌써 여섯 번째 아메리칸 크리스탈의 사탕무 저장과 가공작업에 참여했다.
캘리포니아주 히스페리아에서 할리-데이비슨 매장을 22년간 운영했다는 맥클레인은 경기후퇴와 주 정부 규제강화에 밀려 지난 2010년 가진 것을 모두 팔아 홀리데이 램블러 RV를 구입한 후 워크 캠핑 커뮤니티에 합류했다.
이제까지 떠돌아다니며 보낸 시간의 90%이상이 만족스러웠다는 맥클레인은 노스다코타의 사탕무 수확작업이 마무리되면 계절일자리가 풍부한 캘리포니아나 애리조나로 내려갈 예정이다.
그는 “전국에 일자리가 널려 있다”며 “우리 부부는 기온이 7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곳만 골라 다닌다”고 말했다.
지난 9월 76번째 생일을 맞은 마고 암스트롱은 1995년부터 RV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했다. 그녀는 유목민 생활의 경험을 살려 전자책을 썼고 블로그도 운영한다.
라스베가스 인근 거리에 세워놓은 28피트짜리 사파리 트렉 RV에서 지내는 그녀는 “워캠퍼들 대다수가 죽기 전에 노후자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우려에 방랑 노동자로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자금을 거덜 내지 않으면서 유랑생활을 즐기려는 의도다.
사탕무 수확은 워캠퍼에겐 고임금 일자리로 간주된다. 초보자들은 시간당 12.85달러로 시작해 12시간씩 교대근무를 한다. 물론 숙련된 일꾼과 기계를 다루는 노동자에겐 더 높은 임금이 주어진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근무시간인 12시간 중 4시간은 규정대로 오버타임이 적용된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각각 시급의 1.5배와 2배를 받는다. 캠프장 비용은 고용주 부담이 원칙이다.
업무 내용은 간단한다. 기계공들이 사탕무를 높이 30피트, 밑바당 지름 80피트, 길이 0.25-0.5마일의 탑으로 쌓아올리는 것을 도와준다. 품질검사실로 보낼 30파운드들이 백을 가려내는 것도 중요 업무에 속한다.
사탕무 수확작업은 날씨에 따라 10일-12일이면 완료된다.
일부 캠퍼들은 수입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버디와 신디 워드 부부도 이 부류에 속한다.
재미삼아 계절노동자로 일한다는 이들은 할러데이시즌에 자녀와 손주들이 그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오도록 경비를 보내준다.
조지아에서 유리설치업으로 적지 않은 돈을 벌었지만 5년 전 버디(71)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신디(69)가 앞장서 사업을 정리했다. 그 이후 최신형 RV를 구입한 부부는 전국을 떠돌며 가끔씩 운동 삼아 계절노동자로 일한다.
슈메이커는 전에 다니던 무기개발연구소의 펜션과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동시에 수령하기 때문에 돈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는 사탕무 수확이 마무리되면 몬태나의 낚시 캠프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아버지가 은퇴 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다 속절없이 타계하는 것을 목격한 뒤 “퇴직후 목적이 있는 삶을 살겠노라 스스로 다짐했다”는 그는 “워크 캠핑에서 내가 원하는 바를 찾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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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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