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전문가들 “빈 약속 가능성 커”…“북미자유무역협정으로 일자리 뺏겼다” 백인 노동자들의 분노로 대통령 당선
▶ 단순 노동은 점차 로봇으로 대체가 대세 “일자리 되찾아 올 것” 기대 사실상 어려워

미국 공장들이 자동화되면서 제조업 일자리 증가율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 사진은 한 섬유공장 내부 모습.
마이클 스미스는 지난 3월까지 펜실베이니아 유니언 시티의 한 유전에서 지역 매니저로 일하면서 10만달러 가까운 연봉을 받았다. 그러나 유가가 폭락하면서 감원을 당한 그는 현재 시간당 12달러를 받으며 수습 전기공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의 열렬 지지자는 아니지만 지난 선거에서 그를 찍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트럼프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또 그가 미국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하냐고? 대답은 아니다”라고 스미스는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옳은 방향으로 가는 스텝이냐고? 절대적으로”라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에서 결과의 차이를 만든 건 가난한 백인들이 아니다. 스미스 같은 사람들이다. 트럼프는 괜찮은 임금을 받는 백인들 사이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 15년간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임금이 줄어온 사람들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트럼프의 반복적인 자유무역 공격에 공감했다고 밝힌다. 힐러리에 대해서는 빌 클린턴과 오바마의 자유무역 협정들을 대변하는 전형적인 인물로 인식하는 계층이다.
오하이오 소재 철강노조의 도니 블랫 대변인은 “많은 회원들은 북미자유무역협정을 힐러리, 그리고 빌 클린턴과 동일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원들은 힐러리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졌다며 적개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사라진 어셈블리 라인 일자리들을 거의 모두 되찾아 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은 선진 제조업 분야로 옮겨가면서 고등교육 인력을 요구하고 있고 한때 노동자들로 채워졌던 제조업체들은 인간보다 빨리 일하고 비용이 덜 드는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다. 진보성향 기관인 경제 및 정책 연구소의 공동소장인 딘 베이커는 “민주당은 노동자들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가 많은 공약을 했지만 비현실적이다. 그가 일자리를 되찾아 올 계획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단지 그렇게 말했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무역문제는 중서부와 남동부 지역 유권자들에게 특히 영향이 컸다. 2000년 이후 미국 제조업 분야에서는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대부분의 일자리는 멕시코와 중국으로 갔다. 비교하자면 1980년대 초 120만개 일자리로 최고조에 달했던 광산업에서 56만여개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데는 30년 이상이 걸렸다.
단기간 내에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충격의 여파가 가장 컸던 곳은 ‘러스트 벨트’ 주들이었다. 이곳들은 트럼프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오하이오와 미시건, 펜실베이니아는 어셈블리 라인 일자리가 2000년 이후 가장 많이 사라진 곳들이었다.
2000년부터 2015년 사이에 제조업 일자리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57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없어진 캘리포니아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주이기 때문이다. 오하이오와 미시건,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가 뒤를 이었다. 이곳에서 없어진 일자리는 모두 120만개에 달한다. 2000년 이후 줄어든 전국의 제조업 일자리 가운데 4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는 2004년 이후 처음으로 공화당에 투표했다. 이 주들의 카운티들 가운데 오바마에 비해 더 큰 표차로 힐러리가 진 곳들은 일자리가 가장 많이 사라진 카운티들이었다.
무역 문제 때문에 얼마나 표심이 이동했는지 정확히 평가하기는 힘들다. 일자리 감소는 대부분 2000년 대 첫 10년 동안 일어났다. 하지만 이런 주들은 이번 선거 전까지는 표심을 바꾸지 않았었다. 이에 더해 이민과 인종, 그리고 여성 후보 등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했다.
하지만 무역과 이에 따른 제조업 영향은 산업주들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는데 분명한 역할을 했다. UC 어바인의 경제학자인 피터 나바로는 “무역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유권자들은 스윙 스테이트에 집중돼 있었다”며 “이 주들은 이 같은 문제점의 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이 근로자들이 모두 근근이 살아가는 계층은 아니다. 공장 일자리를 갖고 있는 미국의 근로자들은 2015년 기준으로 평균 6만4,000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오하이오와 미시건, 펜실베이니아의 노동자들은 2000년 이후 수입이 줄거나 정체된 상태를 보여 왔다.
경제전문가들은 자동화에 의해 어셈블리 라인의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제조업체들은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교역 전문가인 데이빗 돈은 “수년전 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국제 무역이 미국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며 “학자들은 세계화의 영향을 과소평가했다”고 시인했다.
중국이라는 한 국가에 의해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없어진 일자리는 총 240만개에 달한다. 이런 경제적 변화가 유권자들로 하여금 변화를 선택하게 했다. 이로 인한 타격을 가장 많은 지역들은 현직보다 ‘정치적으로 극단적이 정치인들’을 많이 선택했다. 백인 밀집 지역들은 티파티 같은 극우 보수세력을 선택하고 소수민족 밀집지역들은 반대편의 극단주의자를 고르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장 근로자들을 위해 상황을 돌려 놓을만한 정치인은 현실적으로 없다. 미국의 제조업 생산은 금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일자리가 다시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 고등교육을 받은 숙련 엔지니어들과 프로그래머, MBA 등의 수요는 늘고 있지만 손으로 일하는 인력은 그렇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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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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