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서비스·오피스 근무 등 빠르게 성장하는 22개 직업 시간당 15달러 미만 빈곤층
▶ 식사준비·청소처럼 저평가 “직업 성별구분 없애야” 지적 트럼프 정부 개선여부 주목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특히 여성 편중도가 높은 직종의 상당수는 최근 빠른 성장을 하고 있고 또 미국 경제에는 없어서는 안되는 분야이면서도 임금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 로버트 뉴베커>
올해 대통령 선거 결과는 중산층의 반란이라고 봐야 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씨가 말라가는 미국의 제조업 소멸에 따른 블루클래스 중산층의 몰락에 대한 우려 등등. 미국이 직면한 직업 시장의 현실이 이번 선거의 결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인터넷 경제 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지난주 발표된 보고서를 인용, 미국 여성들은 아직도 남녀 임금 차등과 직업 시장 성차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이 없다면 많은 여성들이 빈곤층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41세의 리앤 플레이크는 유아원에서 벌써 24년째 근무해오고 있지만 시간당 15달러도 받지 못한다. 딱 1년 동안 15달러 이상을 받은 적이 있지만 생활비가 미국에서 가장 비싼 곳 중의 하나로 꼽히는 워싱턴 DC에서 일할 때뿐이었다. 현재 플로리다 탬파에 살고 있는 플레이크는 주급을 받을 때마다 전기세는 어떤 주에 받은 임금으로 내야 하고 또 수도세는 언제 내야 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플레이크는 지난달 8일 전국 동시다발 임금인상 시위인 ‘파이트 포 15달러’(fight for $15)에 피켓을 들고 나섰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마음도 있지만 어린이를 돌보는 가치있는 직종의 여성에 대한 차별을 항의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플레이크는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다른 직업을 구하고 싶지는 않다. 이 직업이 너무나 좋기 때문이다.
그는 “거의 공짜로 일을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직업에 만족하고 있다”면서 “언젠가는 정부나 고용주, 그리고 이 사회가 어린이를 돌보는 이 직업의 중요성을 인식해서 임금을 인상해 주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시간당 15달러를 위한다거나 노조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을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직종 저임금에 시달려
빈곤 탈피를 목적으로 한 워싱턴 DC 싱크탱크인 ‘여성 정치 리서치를 위한 연구소’(Institute for Women‘s Plolicy Research·IWPR)가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는 수백만명의 여성들이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임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빠르게 성장하는 22개 직종(그래픽 참조) 중 하나인 어린이 케어 관련 직업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들의 ¼이상은 15달러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다. 물론 이 직종 종사자 대부분이 여성이다.
보고서는 특히 소위 ‘여성들의 일’로 생각되는 이런 직종들은 미국 경제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 하고 있지만 대접은 매우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남성 직종보다 임금격차 심해
프리스쿨 교사와 의료 지원을 포함한 이들 22개 여성 편중 직업들은 일반 직종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해 가고 있다. 또 학력도 고등학교 이상 교육 수준을 요구하지만 임금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기술직 제조업이나 정보 기술과 같은 남성 위주의 직종은 다르다. 이들은 여성 편중 직종과 비슷한 교육 수준을 요구하지만 임금은 더 높게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만 비교하더라도 남성과 여성 사이의 수입 불균형을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보고서에 참여한 아리안 헤기위치 IWPR 고용 및 수입 프로그램을 디렉터는 “임금 불균형을 메우기 위해서는 직업의 성별 구분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착화된 인식이 문제
더 힘이 들고 또 고학력이 필요한 여성 점유 직종 역시 낮은 임금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보고서는 몇가지 이유를 지적했다.
식사 준비나 청소는 여성들이 집에서 항상 보수 없이 당연하게 해야 한다고 인식되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일을 하는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당연한 일인 것처럼 인식돼 저평가 받고 있다는 것이다. 늘상 집에서 하던 일인데 밖에서 하는 것 정도로는 충분한 돈을 주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사회 전반에 걸쳐 잠재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잠재의식 때문에 일부 직종은 여성들을 고용해야 하는 직업으로 취급되고 있으며 임금도 적게 된다.
보고서는 이들 직업 중 하나로 교사를 예로 들었다. 교사는 19세기부터 여성들이 하는 일로 생각돼왔고 또 여성들은 봉급 협상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오르지도 못했다. 미국에서 매우 중요한 어린이 교육을 도맡아 하면서도 낮은 임금을 받고 일을 해 왔다.
지금은 당시보다 봉급 협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더 높은 지위에 여성들이 올라가 있고 또 직장 여성들에 대한 외부의 인식도 크게 변화했다. 그렇지만 교직 등 정부 고용직종들은 임금을 더 올려 받기가 쉽지는 않다.
▲법적 보호 못받는 직종도 문제
여성 편중 직업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병약자 또는 노인들을 돕는 소위 ‘동반자 간호’ 직종은 전통적으로 임금이나 시간당 보호를 받지 못한다. 필요할 때만 찾아가 환자나 노인들이 곁에 있어주며 말동무를 해주기 때문에 언제 어떤 시간에 얼마나 일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직종은 밥을 먹여주거나 목욕을 시켜주는 일은 하지 않는다.
미국내 이런 일을 하는 여성들만도 2,350만명에 달한다. 그런데 이런 직종의 여성들은 많은 수는 거의 빈곤 수준으로 살아가고 있어 정부 보조에 의존해야만 한다. 보고서는 약 ¼은 푸드 스탬프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여 직업 평준화 정책 필요
최저임금을 올리고 법적 보호수단을 강화함으로써 이들 직종에서 일하는 수백만 여성들의 삶과 미래의 재정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헤기위치 IWPR 디렉터는 견습 제도와 같은 노동 개발 프로그램에 정부 투자가 집중된다면 여성들도 전통적으로 남성 위주의 고임금 분야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프로그램은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의 지지를 얻어 낼 수 있는 정책이다.
하지만 소위 ‘케어 이코노미’로 불리는 이런 직업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공화당 장악 의회가 우선 투자항목으로 지정할 지는 미지수다.
다만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트럼프의 딸 이방카는 출산을 위해 직장을 떠나는 근로자들에게 6주 동안 유급 휴가를 제공하는 내용을 제안해 환영을 받을 적이 있어 여성 근로자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각별한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헤기위치 디렉터는 “미국 경제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들 여성 집약 직종들에서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단지 여성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데다가 싱글 맘들이 많아져 결국은 가계 수입 감소 또는 정부 보조 의존도가 높아져 미국 납세자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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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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