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국 투자 자금 210억달러 한 달 새 신흥국서 빠져나가 금리 인상으로 이탈 가속 전망
▶ 유럽ㆍ日도 앞다퉈 돈줄 죄기 신흥국 달러 표시 부채 늘어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 세계 투자자산의 대이동에 시동이 걸리면서 가뜩이나 불확실성이 큰 세계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몰고 올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중앙은행의 경쟁적인 돈 풀기로 신흥국에 쏠렸던 투자자금이 미국 금리인상을계기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신흥국발(發)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할 수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외에도 다른 선진국의 통화정책도 긴축으로돌아서고 있어 신흥국의 자본유출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신흥국의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 1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최근 한 달간(11월8일~12월7일) 신흥국 주식형펀드에서 90억8,100만달러,신흥국 채권형펀드에서 119억6,5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한 달 사이 무려 210억4,600만달러가 신흥국을 탈출한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선진국 주식형펀드에는 422억7,800만달러가 순유입됐고, 이 돈의 99%는 북미지역에 몰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만으로 상당량의 투자자금이 몰린 것이다. 서비룡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만큼 신흥국에서선진국으로 이동하는 투자자금 이동속도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돈줄 죄기에 나선 건 미국만이 아니다. ECB는 지난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자산매입프로그램 운용기간을내년 말까지 9개월 연장하기로 했으나, 현재 월 800억유로(약 833억달러)인 자산매입 규모를 내년 4월부터 월600억유로(약 625억달러)로 줄이기로 했다. 유로존과 함께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해 온 일본도 상황이 비슷하다. 일본은행의 올해 국채 순매입액은 71조7,000억엔(약 6,114억달러)으로 일본은행이 제시한 연간 국채매입목표(80조엔)는 물론, 지난해 같은기간 국채 순매입액인 75조3,000억엔(약 6,421억달러)에도 한참 못 미친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통화 완화 정책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돈줄 죄기에 직격탄을 맞는 건 신흥국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강달러 현상이 계속되고, 각국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릴 경우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신흥국의 부채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채는 달러로 표시돼 있어 신흥국 통화가 약세가 되면 갚아야 할 돈은 더늘어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신흥국 기업들의 2016~2018년 상환해야할 채권 만기 상환액이 2013~2015년보다 40% 많은 3,4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 경기둔화로 이미 타격을 입은 신흥국 기업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할 거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신용등급을측정하는 118개 신흥시장 은행 중33%가 부실대출 등으로 신용등급하락 위기(올해 3분기 기준)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금 이탈을 최소화하려면 신흥국도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침체된 자국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HSBC는 “신흥국에게 내년은 2009년 이후 가장 힘든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내년 미국의 3차례 기준금리인상 전망의 근거가 된 연준의 점도표(Dot Plot)는 17명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각각 무기명으로 생각하는 향후 적정 기준금리의 수준을 나타낸다. 연준은 2012년벤 버냉키 전 의장 시절 시장과의 소통 강화를 명분으로 점도표를 도입해 매 분기마다 이를 업데이트해서공개하고 있다.
미래에 반드시 이대로 기준금리가움직이리란 보장은 없지만,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 위원들의 입장을종합해 향후 금리 방향과 수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선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14일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서위원들은 3개월 전과 달라진 생각을드러냈다. 지난 9월엔 내년 말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기준금리의 수준이1.0~1.25%였던 반면, 이번에 공개된점도표에선 이 수치가 1.25~1.5%로한 단계 올라갔다. 이날 인상된 기준금리(0.50~0.75%)를 감안하면, 3개월전까진 내년 2차례(0.25%씩) 추가 인상을 점치던 위원들이 이제는 3차례인상이 더 적정하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이날 향후 금리인상에 명쾌한 힌트를 주지않았음에도 시장이 내년 3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이기도하다.
물론 점도표는 특정 시점의 전망과 의지일 뿐, 이런 예상이 실제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기준금리 인상 때도 위원들의 점도표는 올해 4차례의 금리 추가 인상을 점쳤으나 결과는 1번뿐이었다. 때문에 시장에선 점도표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요즘처럼 연준의 결정이 경기 상황에 따라 수시로 뒤바뀌는 판에, 1년 후는 물론, 2~3년 후 적정금리를 밝히는 게 도리어 혼란만부추긴다는 것이다. 제임스 불러드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는 올해 언론인터뷰에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점도표 작성에 빠질까 하는 생각마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이번 점도표에도 불구하고미국 선물시장에 반영된 내년 말 기준금리 수준은 여전히 1.0~1.25%에가깝다. 시장은 내년 2차례 인상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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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식·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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