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에 지난 삶 되돌아보며 인생 정리, 노인들 대상 자서전 지도교실 인기
▶ 전문가 고용해 생애 동영상 제작하기도
코네티컷, 샤론에 사는 84세의 노인 이사벨라 빅 할머니는 8살 때 미국에 왔다. 유대인 의사 부부였던 그의 부모는 1939년 파시스트 정권 치하의 이탈리아를 떠나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사벨라는 당시 어린 나이였지만 정든 집과 동네를 떠난 상실감과 외로움을 혼자 삭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심리요법 전문가로 일했던 그가 오랜 침묵을 깨고 억눌렀던 감정을 풀어낸 것은 80이 다 되어서 자신의 생을 돌아보는 글을 쓰면서였다. 짧은 자서전을 쓰면서 그는 부모와 남동생과 함께 뉴욕, 트로이로 와서 러시아계 아버지 쪽 친척의 좁아터진 아파트로 들어가 살 때의 정신적 상흔을 기술했다.
그의 부모는 당시의 비통한 상황을 이겨내느라 집안에서 일체 이탈리아어를 쓰지 않았고 유럽에서의 삶을 돌아보는 일도 없었다. 그래서 어린 이사벨라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놀림 받은 이야기며 선생님에게 야단맞은 이야기를 부모에게 털어놓지 못했다. 가능한 한 빨리 미국 소녀로 변신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탈리안 액센트가 없어질 때까지 밤마다 큰 소리로 시를 읽었다.
하지만 침대에서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오는 선박 안에서 입었던 양가죽 코트를 껴안고 잤다. 코트를 안고 있으면 투스카니의 옛집으로 돌아가서 다정한 유모를 만나는 꿈을 꾸곤 했다.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이탈리아 소녀로서의 자신과 아직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미국 소녀로서의 자신을 함께 느낄 수가 있었다.
미국의 노년층 사이에서 자서전이나 동영상으로 자신의 일생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노년에 평생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마음의 평안을 얻는 것이다.
“글을 쓰느라 옛 기억들을 되살려야 내는 건 고통스럽다” 고 이사벨라 할머니는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거기 아주 쾌활한 어린 소녀가 있더라고 그는 말한다. 아울러 생애의 어려운 사건들을 겪어내고 이제껏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경외감이 든다고 그는 말한다.
세 자녀와 세 손주를 둔 그는 그의 인생 이야기가 후손들에게 선물이 될 것으로 여긴다. 아울러 선조들에 대한 선물이기도 하다. 글을 통해 부모와 조부모를 되살아나게 하니 말이다.
그리고 그 자신을 중심으로 보자면 “나를 계속 살아있게 하는 것, 내가 기억되게 하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한권의 책으로 완성된 자서전이든 단편적 기억을 모은 소품이든 많은 노인들이 자신이 살아온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자서전 집필을 위해 지역 칼리지나 도서관 혹은 노인 학습센터에서 제공하는 자서전 쓰기 클래스를 택하기도 한다. 혹은 ‘개인사’ 기록 전문가를 고용해서 육성 녹음을 하거나 비디오 제작을 하기도 한다. 인터뷰와 가족사진, 가족 동영상으로 구성되는 비디오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디지털 기록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자서전 웹사이트들도 생겼다.
이사벨라 할머니는 온라인 자서전 지도교실 강의를 택했다. 훈련된 강사가 학생들의 기억들을 끌어내 에세이로 담아내도록 도움을 주는 클래스이다. 대부분 자서전 지도교실은 강사가 학생들과 직접 대면하며 가르치지만 이사벨라는 특수 인터액티브 웹사이트로 진행되는 10주 클래스를 들었다.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6명의 학생들이 각자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컴퓨터 스크린의 작은 창을 통해 서로를 보며 가족, 돈, 영성 등의 주제들을 함께 탐구했다. 클래스를 가르친 셔릴 스벤슨은 비렌 자서전 연구 센터의 디렉터로 그가 훈련한 강사가 전 세계에 300여명 된다고 말한다.
팻 맥니스는 매릴랜드, 베데스다에서 학생들과 직접 만나 자서전 집필을 지도한다. 그의 경험에 의하면 자서전을 집필하는 동안 학생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얻곤 하는 좋은 점이 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해서 고생이 심했지만 대신 가족들이 늘 함께 지냈던 사람은 아버지가 늘 일에 매여서 외로운 유년기를 보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재평가 할 수 있게 된다.
많은 노인학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노인들의 자부심을 높여줄 수 있다. 과거에 어려움들을 자신이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회상하다 보면 현재 직면한 도전들에 보다 잘 대처할 수가 있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아울러 자신의 과거 잘못들과 관련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게도 될 수 있다.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양로원과 양로병원들은 자기 생애 이야기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다. 미네소타의 하버 양로병원에서 일하는 보티나 헤일먼은 이런 이야기 그룹을 20개나 지도했다. 병원 입주자들 서너명이 대여섯번 만나서 각자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병원에서 삶의 질 향상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그는 이 프로그램에 인생 회상 이야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헤일먼은 참가자들에게 어린 시절, 부모 등의 주제를 주고 이야기를 나누게 한다. 그리고는 그들의 이야기와 가족사진들을 합쳐서 30페이지 정도의 책으로 묶어 준다.
헤일먼의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88세의 실비아 쿠엔젤 할머니는 같은 그룹의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게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생각해내고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말한다. 발목까지 오는 하얀 부츠 선물이었다.
자서전에서 그는 ‘가장 슬펐던 유년기 기억’으로 아버지의 식품점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라고 썼다. 그의 아버지는 식품점 운영이 잘 안되자 이층집을 팔고 부부와 7자녀의 9식구를 이끌고 가게 뒤 침실 두 개짜리 공간으로 이사했다. “그때 부모님이 얼마나 어려운 처지였을까 생각해보니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그때보다 지금 훨씬 커진다”고 그는 회상한다.
그는 자신의 삶의 자취들을 되돌아보니 “내가 그런대로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고 “삶에서 무엇이 제일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후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중요한 교훈으로 그는 긍정적이기, 열심히 일하기 그리고 사람들을 잘 대하기를 꼽았다.
평생 살아온 이야기하기는 불치병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시한부 환자들이 삶을 마무리하는 치료의 하나로 존엄 요법이라는 게 있다. 요법 전문가는 환자에게 생애 중 달성한 가장 중요한 성취는 무엇이었는지, 가장 생동감을 느꼈던 경험들은 무엇이었는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거는 희망은 어떤 것인지 등을 30~60분간 이야기 하게 하고 이를 녹음한다. 그리고 나면 환자들은 테이프를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해줄 수가 있다.
존엄 요법은 단순히 회상 이상의 효과가 있다. 이를 통해 환자들은 삶에 대한 의미와 목적을 갖게 되는 것으로 연구 결과 확인 되었다. 한편 가족들은 환자 사망 후 슬픔 속에서 테이프를 듣는 것이 큰 위로가 된다고 말한다.

84세에 자서전을 집필한 코네티컷의 이사벨라 빅 할머니.(왼쪽)와 어린 이사벨라와 어머니

유대인인 이사벨라 할머니의 어머니 가족이 폴란드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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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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