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네스북 등재‘세계 최고령 이발 장인’… 107세 뉴욕의 맨시넬리
올해 107세로 세계 최고령 이발사인 앤서니 맨시넬리가 손님을 머리를 정성스럽게 다듬고 있다. <앤드루 셍/뉴욕타임스 제공>
이발사 앤서니 맨시넬리는 이발용 가운을 툴툴 털며 다음 손님을 의자로 안내한다. 뉴욕에서 북쪽으로 1시간쯤 떨어진 뉴 윈저시의 미장원 ‘판타스틱 컷츠’(Fantastic Cuts)는 얼마 전 맨시넬리가 새로 옮긴 미장원이다. 맨시넬리는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손님 존 오로어크를 의자로 안내한다. 오로어크가 ‘잘 지냈나 친구’라며 자리에 앉자마자 맨시넬리는 능숙하고 안정된 손놀림으로 가위질을 시작했다.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는 친구 관계가 틀림없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마치 아버지와 아들 나이 차이쯤 되어 보인다. “다른 이발사에게는 내 머리를 맡기지 않는다”라는 오로어크(56)는 “맨시넬리는 100년째 머리를 자르고 있는 ‘이발 장인’”이라며 맨시넬리를 소개했다. 오로어크의 소개처럼 맨시넬리는 올해 107세로 워렌 하딩 대통령 시절인 11세 때부터 무려 96년간 이발사로 일하고 있다. 100세를 훌쩍 넘긴 나이지만 맨시넬리는 일주일에 5일,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미장원에 출근해 손님들의 머리를 만지고 있다.
96세였던 지난 2007년 맨시넬리는 현존하는 최고령 이발사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그때부터 시민 단체, 정치인, 이발 관련 업체 들로부터 격려와 찬사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맨시넬리의 기네스북 기록을 깰만한 이발사는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맨시넬리가 일을 그만두지 않는 한 그는 매년 자기 기록을 자기가 경신하는 현존 최고령 ‘이발 장인’으로 남게 될 것이다.
웬만한 젊은 사람보다 더 날렵한 체구의 맨시넬리는 여전히 안정적인 손놀림의 가위질을 자랑한다. 머리는 백발일 뿐 그의 풍성한 머리카락은 젊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다. 그는 미장원 근무 시간 내내 낡은 검정 가죽 구두를 신고 서서 손님들의 머리를 다듬는다. 미장원 업주 제인 디네즈는 “맨시넬리의 나이를 듣고 놀라지 않는 손님은 단 한 명도 없다”라며 “젊은 직원들이 허리와 무릎이 아프다고 엄살을 피워도 그는 아프다는 이유로 쉰 적이 한 번도 없다”라고 맨시넬리를 치켜세웠다.
장수가 집안 내력도 아니고 별다른 운동도 하지 않는 맨시넬리는 그의 장수 비결에 대해 항상 즐겁게 일하고 흡연과 폭음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답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살이 찌지 않기 위해 평소 스파게티 위주의 소식을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틀니에 의존해야 하는 연령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치아는 건강한 상태이고 돋보기안경도 필요 없을 정도로 좋은 시력의 소유자다. 맨시넬리는 “주변 사람들 성화에 못 이겨 병원을 찾지만 의사에게는 정작 ‘아픈 데가 한 군데도 없다’라는 말만 하고 돌아온다”라며 완벽한 건강 상태를 자랑한다.
맨시넬리가 100세가 넘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장원에 출근하는 이유는 이미 세상을 떠난 아내 때문이다. 14년 전 아내 카멜리아가 70세의 나이로 사망한 뒤 바쁘고 긍정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그는 매일 출근길에 나선다. 뉴 윈저시에서 멀지 않는 곳에 사는 맨시넬리는 비슷한 연령대의 여느 노인과 다름없는 ‘독거노인’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맨시넬리는 미장원까지 직접 운전해서 출근하는 것은 물론 요리와 세탁, 고지서 납부와 장보기, 정원 손질까지 남의 도움 없이 모두 혼자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발사가 자기 머리는 못 깎는다’지만 맨시넬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맨시넬리의 아들 밥(81)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게 자기 머리 손질을 맡기지 않을 정도로 맨시넬리의 이발 솜씨는 ‘정정’하다. 남들이 건강을 위해 열심히 챙긴다는 건강 보조 식품과 노화 방지 크림 등도 맨시넬리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헤어스타일도 여느 유행처럼 세월에 따라 변하지만 맨시넬리는 최신 트렌드의 헤어스타일을 젊은 미용사 못지않게 척척 소화해 낸다. “셰기 컷, ‘버스터 브라운’(the Buster Brown), ‘스트레이트 뱅’(straight bang), 파마 등 손님들이 요구하는 스타일은 모두 완성할 수 있다”라는 것이 그의 넘치는 자신감이다.
맨시넬리의 수많은 손님 중 ‘단골’이 된 기간이 50년이 안 되면 단골손님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손님 중에는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등 무려 4세대에 걸쳐 맨시넬리에게 머리를 맡겨 온 손님도 있다. 아들 밥은 “아버지 손님 중 거동이 불편해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야 의자에 앉을 수 있는 노인도 많다”라며 “노인 손님들은 아버지가 ‘당신이 내 나이가 되면 말이야…’라고 시작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거워한다”라고 일화를 소개했다.
20대 신참내기 미장원 동료인 젠 설리번은 맨시넬리가 일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이다. “그가 하루 종일 일하는 모습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라는 설리번은 “손님이 줄을 서는 주말에는 서있기 힘들 정도로 피곤해지는데 맨시넬리는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손님을 계속 받는다”라며 혀를 내두른다. 1922년 이탈리아 나폴리 인근 지역에서 태어난 맨시넬리는 8세 때 친척이 사는 뉴욕주 뉴버그 지역으로 이민 왔다. 8남매 중 홀로 낯선 땅을 밟은 그는 11세 때 동네 이발소에 취직해 12세 때부터 가위를 잡기 시작했다. 이발사를 천직으로 여기게 된 맨시넬리는 결국 고등학교 중퇴까지 결심하고 본격적인 이발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헤어컷은 25센트에 불과했지만 맨시넬리는 지금 약 19달러를 받고 있다.
맨시넬리는 선배 이발사들한테 사마귀를 태워서 제거하는 법, 거머리로 붓기를 잡는 법 등 민간요법을 배웠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서랍 속 수동식 이발기 하나가 ‘구시대 유물’로 유일하게 남아있다. 평소에는 남들처럼 전동식 이발기를 사용하지만 정전을 대비해 일명 ‘바리깡’으로 불리는 수동식 이발기 하나를 고이 모셔놓을 정도로 준비 정신까지 철저하다.
윈저시가 개최하는 메모리얼 데이 퍼레이드가 열리는 날은 맨시넬리가 오랜만에 이발사 복장을 벗는 날이다.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인 맨시넬리는 퍼레이드 행사의 그랜드 마셜로 매년 초청돼 동네 주민들의 환호성을 한 몸에 받는 인기 스타다. 맨시넬리의 생일날은 미장원도 문을 닫고 동네 주민들과 함께 인근 수퍼마켓에서 제공한 음식을 나누며 그의 생일을 축하한다. 평상시에도 맨시넬리의 유명세를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1세기 동안 이발사 인생을 살아온 이야기 퍼지면서 언론의 인터뷰 요청과 여러 나라에서 그에게 이발을 받으러 온 사람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기억에 남는 손님으로는 유명 배우 벤 가자라가 있다. 10여년 전 친구의 소개를 받은 가자라가 맨해튼에서부터 먼 거리를 마다않고 머리를 자르기 위해 한 걸음에 찾아온 일이 있다고 맨시넬리는 회상한다.
미장원 업주 디네자가 맨시넬리를 고용한 것은 몇 년 전이다. 전 미장원이 직원을 감원하는 바람에 맨시넬리는 디네자가 운영하는 미장원을 찾았다. 그러나 한 번에 일자리 기회가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미장원 직원이 맨시넬리의 나이에 이력서도 보지 않고 돌려보냈다. 그러나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다시 미장원을 문을 두드렸고 맨시넬리의 숨은 ‘내공’을 눈앞에서 보게 된 업주 디네자가 함께 일할 것을 권유했다. 디네자는 “마치 내가 직원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라며 “전 세계 각지에서 소문을 듣고 방문하고 싶다는 전화 연락이 끊이지 않는다”라고 행복 섞인 불평을 늘어놓는다.
다음 손님 역시 단골인 조 머피(46)다. 맨시넬리의 이전 미장원에서부터 단골이었던 머피는 그의 100세 생일날을 기억한다. 그날 가게에 있던 남자 손님들인 100세 생일 기념으로 여자들을 불러서 파티를 열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맨시넬리가 “내가 죽는 꼴을 보고 싶어서 그러냐?”라며 거절했던 일화를 두 사람이 깔깔대며 나누는 사이 맨시넬리의 손에서 머피의 머리는 멋지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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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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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오래 건강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