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배 교육상담
▶ 고정관념 떠나 직업교육 생각해볼 필요도
저는 방학을 보내면서 지난 20여년간 매스컴이나 학부모 세미나를 통해서, 혹은 개인 카운슬링을 해오면서 쌓였던 일들을 이것저것 생각해 볼 시간을 가졌다. 특히 그 많은 부모님들과의 대화 시간들 가운데 자녀들의 대학입학에 관한 내용으로 거의 일관한 것을 보고 느끼는 점이 많았다. 물론 부모님들의 요청에 따라 세미나의 내용이 정해지니까 그만큼 부모님들의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대학 교육으로 연결된다고 할 수가 있겠다.
그러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자녀들이 대학 진학을 꼭 해야만 하는가? 우리 부모님들이 한번쯤 생각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닌가 여겨진다.
요즈음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부모님들의 자녀에 대한 태도는 대부분 이유야 어떻든 무조건 내 아이는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열정에 차있다. 그래서 자녀들이 하루에 쉬는 시간도 없이 스케줄이 꽉 짜여진 팽팽한 상태에서 고생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더욱이 여름방학에는 부모님들의 아이들에 대한 교육열정이 극치를 이룬다. 급증한 학원들은 초만원을 이루고, 개인교습 및 그룹과외 또한 무성해진다. 이것은 어디선가 많이 듣고 보아온 한 나라의 사회 병폐상이 이곳 미국 한인사회에서 재현되는 단면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함이 앞선다. 과연 이렇게까지 열을 내가며 자녀들을 들볶을 필요가 있을까?
언젠가도 부모님들께 언급한 적이 있지만 대학은 모든 학생이 가는 곳이 아니라는 말씀을 다시 강조해 드린다. 이 사회는 대학 교육을 받지 않고도 자기의 생을 영위할 수 있는 직종들이 수없이 많다. 즉 자영업, 서비스업, 영화산업, 기술업, 공무원 등 본인의 흥미에 따라 선택해서 행복한 생을 살면 족한 것이 아니겠는가?
중요한 것은 자녀들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가 하는 본인의 삶의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이 일은 고등학교 4년간의 생활을 통해서 준비를 해야 하는데, 계획 없이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기회를 놓치고 만다.
그래서 로스앤젤레스 통합교육구에서는 올 9학년부터 라이프 스킬 패스웨이(Life Skills Pathway)라는 새 교과과정을 넣어서 각 학생들에게 적성에 맞는 공부를 하게 하고, 직업훈련도 시켜서 사회에 나가면 쓰여질 수 있는 인재들로 육성할 것을 시도하고 있다. 이 과목은 졸업 필수과목으로 들어와 있다.
사실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여러 가지 직업기술 교육들을 연마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산재해 있으나, 한국 학생들은 이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학생수가 그리 많지가 않다. 아마도 부모님들이 원하는 대학 진학 압력 때문일 것이다.
대학 진학은 대학공부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 학생들이 해야 하는 것이고, 준비가 되지 않은 학생들을 억지로 대학에 보내려고 하는 것은 무리한 생각이다. 일찍이 기술교육을 익혀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학생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 학생의 장래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다.
매년 졸업시즌을 맞으면 많은 대학에서 졸업생들을 배출해내는데, 주위에 둘러보면 고등 실업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동안 이들에게 들어간 돈, 시간, 노력, 기대감 등을 생각하면 실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교육은 학생들에게 이 세상을 사는 폭넓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데 의미가 있지 곧 직업이 주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때 실망감은 거둘 수 있다고 본다
(다음 호에 계속: 대학 선택과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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