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부터 LA에서 열리는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당 관계자들만 준비한 것이 아니다. 지난달 말리부 산기슭에서 5일간에 걸쳐 캠핑하며 비폭력저항훈련을 한 ‘러커스 소사이어티(Ruckus Society)’도 전당대회를 겨냥하여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고층빌딩이나 빌보드등 높은 곳에서 배너를 펼쳐드는데 필요한 등반 클래스, 거리에서 흔들 플래카드나 허수아비를 만드는 공작 클래스에서 공부하고 난 저녁 식사 시간에는 캠프 파이어 주위에 둘러 앉아 여러번 사용중인 일회용 플래스틱 접시에 채소로만 요리된 음식을 담아 먹으며 선거자금조달방안 개혁이나 미국의 남미개입에 관한 연설을 듣는 것이 이 서머캠프의 내용이다.
이 ‘행동하는 민주주의 캠프’를 연 러커스 소사이어티는 지난 1995년, 태평양 북서부지역의 벌목 계획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버클리에서 결성한 것이지만 차츰 카운터컬처 현상으로 발전, 요즘은 온갖 종류의 비폭력 저항 운동가들을 훈련시키는 일을 본업으로 하고 있다.
이 단체의 디렉터인 잔 셀러스의 말에 따르면 "비폭력 저항운동도 이제는 더 이상 어리숙해서는 안된다. 그린피스처럼 전문적이고 세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화당 전국대회에 때맞춰 끝난 이 캠프에서는 전국을 잇는 컨퍼런스 콜, 질좋은 종이에 인쇄된 각종 팸플릿, 비폭력시민불복종 운동에 대한 웍샵들이 질서정연하게 열렸다. 주최자들이 밝히는 캠프의 목적은 올 정치시즌에 수만명의 운동가들이 인명이나 재산을 해치지 않고 전략적으로 질서있게 시위를 전개하면서 전세계 언론매체데 자기들의 메시지를 전달할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커리큘럼에는 자전거 자물쇠로 시위대를 묶어서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드는등, 약간의 불법활동을 벌이는 훈련도 포함시켰다. 그래서 이처럼 선동적이고 대립을 불러 일으키는 방식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는 369명. 그중에 포함된 셀러는 혐의는 경범죄지만 보석금이 100만달러로 책정되어 있어 LA의 민주당 전당대회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지 미정이다.
법집행당국은 법을 위반하도록 모의하고 훈련하는 러커스식의 조직적 저항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난처해 하고 있다. 리차드 리오단 LA 시장도 러커스 소사이어티 훈련 캠프는 ‘게릴라 전술’을 가르치는 곳이라고 비난하며 대해 길을 막거나 LA 법을 위반하는 시위대는 모두 체포해서 징역 또는 벌금형을 매기겠다고 경고했다. 세상의 다른 무엇보다 질서를 중요시하는 사람에게 러커스 소사이어티의 불복종 강조, 권위에의 도전은 골치거리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러커스 캠프 참가자들은 환경과 근로자를 희생시켜가며 대기업의 편을 드는 기성체제는 바뀌어야 된다고 주장하며 시민불복종 운동의 영웅들인 간디, 로자 팍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같은 사람들도 자기 뜻을 펴기 위해 체포나 부상의 위협을 기꺼이 감수했다고 맞서고 있다. 다만 길에서 몸 하나로 맞서다가 자칫 잘못 움직이면 중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훈련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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