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습 도구라면 그래핑 캘큘레이터, 번역기 정도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면 아이들이 원하는 물건의 종류가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포키몬 인형이나 닌텐도 게임이 아니라 셀폰, 페이저, CD플레이어, 맞춤제작한 CD에 그래핑 캘큘레이터, 나아가 팜 오거나이저나 랩탑 컴퓨터등으로 발전한다.
웬만한 고등학생들이면 적어도 한두개는 가지고 있는 이 전자 기기들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학습 보조도구로 수학 및 과학 시간에 사용되는 그래핑 캘큘레이터, 외국어 시간에 쓸 수 있는 전자 번역기, 영어 숙제에 쓸 스펠링 체커나 동의어 사전등이 그것이다. 자연히 두번째는 전혀 학교 공부와 상관없는 것들이 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60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로너트팍 소재 란초 코테이트 고등학교는 여러모로 미국 고등학교의 평균에 가까운 곳. 이 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고교생들이 지참하는 이들 기계장치들이 얼마나 긴요한지를 알아보니 교사들도 최소한 몇가지는 쓸만하다는 부류와 그렇지도 않다는 부류로 나뉘었다.
스페인어 교사 벳시 모지즈(44)는 학생중 일부가 갖고 있는 휴대용 번역기에 대해 두가지 마음을 갖고 있었다. 이 기계가 제공하는 번역은 단어만 보면 정확할지 몰라도 문장 전체의 의미에는 부합하지 않는 것이 많기 때문. 모지즈 선생은 50~100달러나 하는 이 번역기 보다는 좋은 사전 한권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핑 캘큘레이터는 작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으며 복잡한 수식이 나타내는 그래프를 그려줘 고교 교실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 학교에서 17년동안 수학을 가르쳐온 바바라 어터교사는 그 위력을 알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사용을 장려하지만 과학교사 드루 켐피악은 별로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이 계산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학생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생물교사 존 보그트는 아예 학년의 첫 시간에 이 계산기의 사용을 불허한다. 게다가 그래핑 캘큘레이터를 가지고 게임만 하는 아이도 있다.
이 나머지 전자기기들은 학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들이다. 교사들의 관찰에 따르면 셀폰을 가진 학생이 점점 늘고 있지만 아직 이 학교 학생들의 주요 통신도구는 페이저로 페이저는 3명중 1명, 셀폰은 7명중 1명꼴로 소지하고 있다. 물론 가주교육법에 따라 두가지 모두 학교에 가져오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이 학교 교직원들은 단속을 오래전에 포기했다. 오히려 셀폰 덕을 본 사례도 있다. 영어와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버나뎃 터커 교사는 자기 교실의 전화가 4개월째 고장이라 저널리즘 클래스에서 기사취재법을 가르치느라 한 학생의 셀폰을 사용했다.
터커교사에 따르면 요즘 아이들의 셀폰 사용은 정도를 지나쳐 50피트 거리에 있는 친구와도 셀폰으로 이야기할 정도. 페이저 역시 수업시간에는 소리가 나지않고 진동만 하게 해놓는 것까지는 좋은데 만일 울리면 누군지 확인하느라 움찔거리는 바람에 교사가 당장 알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들이 수업중 화장실에 가겠다면 의심하는 교사가 많다. 10명중 9명은 전화하기 위해서 교실을 나가려 하기 때문이다. 보그트 교사 같은 사람은 교실에서 셀폰이고 페이저고 소리가 났다 하면 무조건 압수하고 부모가 직접 찾아 와야 돌려준다.
부모가 자녀와 아무 때나, 또 비상시에 연락하려고 사주는 비퍼나 셀폰과 달리 CD플레이어는 순전히 오락용이다. 아직 이 학교에는 MP3 플레이어보다는 CD 플레이어를 가진 학생이 단연 많다. 어떤 교사는 전면 금지, 어떤 교사는 문제를 풀거나 자습하는등, 자기가 강의하는 시간이 아니면 듣는 듣는 CD 뿐만 아니라 컴퓨터 게임까지 허락한다.
이밖에 레이저 포인터, 워키토키는 교내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고 요즘들어 부유한 집 아이들중 팜이나 바이저 소지자가 눈에 띄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