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기에 들어서면 자기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70년대를 전후해 젊은 나이 미국에 이민 와 지금까지 죽어라 돈벌고, 아이들 교육시키느라 정신없이 살아오던 한인들이 이제 어느덧 머리가 희끗희끗해 지면서 중년기에 접어들었다.
이들은 대략 45세 이상 60세 전후의 소위 중년기라 불리 우는 사람들로 초창기 이민 와 살면서 지금까지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온 1세대 군단이다. 그런데 이들이 지금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 세대는 우선 정신적으로 불안해지고, 신체적으로는 치아가 빠지는 등 여기 저기 신체부위에 문제가 생기면서 자연히 병원에 드나들게 되는 일이 잦아진다. 특히 여성의 경우 중년기는 갱년기 장애와 더불어 더욱 견뎌내기가 쉽지 않은 시기이다. 갑자기 몸이 뜨거워졌다 추워졌다 하면서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거나 공연히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고 어느 때는 좌절감에 빠져 잠 못 이루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초조해 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주위에 부모, 형제, 혹은 친지들 때문에 그런 대로 노후에 의지가 된다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가 않아 더욱 더 마음이 착잡해지게 마련이다. 미국의 경우 더구나 자식에 의존한다는 일이란 생각지도 못할 일이고...
그렇다고 노후를 위해 특별히 준비해놓은 상태도 아니니 그런 입장에서 노년기가 되어 독립해 살아야 될 것을 생각하면 불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밖에. 그 동안 얼마나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왔는가, 그리고 노후를 위해 어느 정도의 문화생활을 해 왔는가 자연히 의구심을 갖게 마련이다. 상당수 한인들이 은퇴를 할 경우 미국에 잘돼 있는 연금제도나 의료보험, 아니면 개인적으로 예비해놓은 노인대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중년기란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다가올 노후에 어떻게 독립할 수 있을까 대책을 세워야 할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작정 지날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가, 심리적으로는 어떤가, 건강상으로는 문제가 없는가, 문화적인 면이나 개인 성장 면에서는 또 어떠한가, 그리고 앞으로 남은 기간 제대로 생을 마감할 수 있는가 점검을 해야 한다.
또한 내가 누구인가, 그 동안 나는 무얼 했는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얻은 건 무엇이며, 잃은 건 또 무엇인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얼마이며 정신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육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생각해 봐야 한다.
미국인들은 노후를 위해 일찍이 의료보험, 연금 등의 명목으로 매년 몇 천 달러씩 따로 내놓는다.
거기에 반해 평상시 대책을 세워놓고 사는 한인은 거의 없다. 오히려 자식들에게 주어야 하는 입장이다. 대부분 장사를 하는 1세들은 과연 노후를 위해 얼마나 연금대책을 세워놓았을까. 경제적으로 이룬 부는 자식들에게 어떤 절차로 물려주어야 하나, 중년기가 되면 심장마비, 고혈압, 정신적 질환, 교통사고 등 예기치 않은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유사시를 대비해 유언도 남길 준비를 해야 한다. 1세대는 이제 자식은 자식대로, 자신은 자신대로 노후가 되더라도 독립된 생활을 스스로 해 나가면서 인간적인 성장과 더불어 남은 생을 마무리하며 살아가야 할 길목에 서 있는 것이다.
대책 없이 그저 서성거리고 불안해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아메리칸 드림이 자식을 위한 것이었다면 그들에게 줄건 주고, 받을 건 받고 해서 일종의 생의 마감기인 황혼에 들어 웃으며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자기정리를 해야 할 시기다.
유종의 미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 그 것이야말로 진정 복된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한인사회에서 들리는 중년기 한인들의 모임 태동소식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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