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운전하던 중 방송에서 한인 살인사건에 관한 뉴스를 듣고 갑자기 커다란 돌덩이로 가슴이 짓눌리면서 숨이 멎어버리는 것만 같아 힘이 다 빠지는 듯 했다. 모두가 한국을 등지고 미국에 올 때는 다같이 잘 살아보겠다고 푸른 꿈을 안고 왔을텐데 어찌해서 이런 상황까지 왔어야만 했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직장에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는 부인을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별거중인 남편이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식칼에 찔려 죽음에 이르게 한 후 이층에서 이 사건을 목격한 아들이 뛰어내려와 현관문을 여는 순간 아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배를 가르고 자살을 시도해 중태에 빠졌다니, 이런 끔찍한 일이 어디 있는가.
사건 후 관할 경찰서에서 뉴욕가정상담소의 24시간 긴급전화선(24시간 핫라인)으로 연락이 와 급히 전문상담인과 연결되어졌다. 졸지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도 중태인 14살인 아들은 커다란 충격에서 깨어나지 못해 경찰서에서 5시간이나 넋이 나간 채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고, 당장 그가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아 수소문하던 끝에 어머니와 가까이 지냈던 양어머니 집과 연결돼 그곳에 머물수 있게 되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가정폭력에 관해 다른 인종보다 더 소극적인 한인여성들은 마치 그 원인이 자신에게 모두 있는 것처럼 자학적이거나 유교적인 발상으로 그저 여자는 끝까지 참아야 한다며 누가 알까 ‘쉬쉬’해 버리는 경향으로 세상에 알려지기를 극히 꺼려한다. 나 하나 참으면 될 정도면 문제가 없겠으나 부인을 구타한 것에 대해 이기적인 정당성을 주장하기에 이르게 되어 그 심각성 마저 느끼기에 무디어져 습관이 돼버려 최악의 경우 죽음으로까지 치닫게 되는 것이다.
가정폭력이 생기면 지체없이 전문가와 함께 문제를 풀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평소 남편이 경제능력이 부족하고 열등감과 의처증이 있어 걸핏하면 ‘너 죽고 나 죽자’고 칼이나 총 같은 흉기를 지녔거나 휘두를 위험성이 있는 경우엔 극도로 위험한 상태이므로 긴밀히 전문가와 상담해야 하며, 생명의 안전을 최우선해야 한다.
폭발해 버릴 것 같은 위험한 상태에서는 재산이나 이혼문제는 들먹거릴 때가 아님을 명심하고 극한 상황임을 감지하면 뱀같이 지혜롭게 상황을 재빠르게 판단하여 남편을 안정시킨 후 안전하다고 판단된 다음에 경찰보호 명령을 신청해도 늦지 않는다. 아무리 감정이 난다고 해서 급하게 처신함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여러 불상사들이 일어나면 안될 뿐 아니라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잃어서는 더더욱 안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생명이 위급한 상태이면 피해여성들과 자녀들의 안전을 보장해서 합법적으로 신원도 바꾸어주고 안전한 장소로 이주할 비용도 제공해 준다.
모두 잘 살아보려고 했던 꿈들이 어이없이 무너져 아내는 죽고 남편은 살인자로 낙인찍혀 생사의 갈림길에 있고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고 있는 14살의 아들을 도우려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한인동포사회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염원하면서 몇몇 상담기관들의 몫이 아닌 사회방지 차원의 캠페인 등을 통해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각성할 필요가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단체 차원에서 오는 20일(월) 오후 6시30분부터 30분간 뉴욕한인회, 뉴욕한인봉사센터, 플러싱한인회, 뉴욕청년학교, 대뉴욕지구 한인상록회, 한인사회사업가협회, 뉴욕경찰자문위원회의 후원하에 플러싱 109경찰서 앞에서 촛불 추도식을 갖고자 하니 많은 한인동포들의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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