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차가와진 날씨와 함께 몸이 떨리는 체감 온도로 찾아 오나보다.
본국이나 미국이나 경제로 인한 몸살을 앓고 있다. 본국은 제 2의 IMF 경고사인으로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춤을 추고 구조조정이 보통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의 경제성장 둔화는 오래전에 예고되어 이것을 그냥 두고 보지 않겠다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앨런 그리스펀 의장의 한마디에 지난 5일 뉴욕 증시의 주가와 채권값이 폭등하기도 했다.
얼마전 본국지 1면에 난 사진을 얼핏 보고는 6.25 후 식량을 타러나온 피난민들인가 착각한 것이 현재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으로 실직자들이 배급 점심을 타러 줄 서 있는 것이었다.
60년대 초반, 국민의 태반이 점심을 굶던 시절, 극빈자 가정용으로 표를 한 장씩 나눠주고 언제 어디로 밀가루를 타러 오라고 해서 가면 “곧 준다, 준다”하면서 몇 시간 기다리게 한 후 허연 가루가 묻어나는 밀가루 한 포대씩을 나눠주었다.
어떤 글씨가 크게 도장 찍혀 있던 밀가루 포대를 머리에 이고 온 어머니들은 그걸로 수제비를 끓여 온 식구가 둘러앉아 먹었었다.
또한 본국에서는 석유값이 오르면서 난방비를 절감하기 위해 연탄난로가 다시 인기라고 한다.
내다버린 연탄재가 담장마다 쌓여있고 허옇게 바랜 연탄이 퍽 퍽 발밑에 밟히던 골목, 눈이 오는 한겨울에는 언덕마다 깨어진 연탄재가 널려 아무리 미끄러운 빙판길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하는 고마움도 있었다. 뉴욕에 눈 사태가 내리면 타버린 연탄재가 아쉬울 정도로.
이러할 때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상을 받으러 스웨덴으로 간다. 건국이래 최고의 국가적 경사이니 가야한다. 가도 그냥 가는 것이 아니라 슈퍼 세일즈맨으로서 대통령이 앞장서 장사를 하고 빚독촉도 하니 가야만 한다.
서울에서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를 주재하기도 했지만 올 가을들어 김대통령 내외가 비행기 트랩을 오르기 직전 국민들에게 잘 다녀오겠다고 차려 자세로 서있는 사진, 귀국 보고를 하는 사진을 참으로 자주 보았다.
지난 9월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를 포함, 일곱 번째 외유(外遊)한다는 대통령을 보며 ‘이번엔 어디를? 젊은 사람도 힘들텐데 참으로 건강하시구나. 두분이 초청받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 일 등 상황을 잘 알고있다”니 시상식을 다녀와서는 모쪼록 서울역 대합실에서 잠자는 가장, 점심 한 끼로 하루를 떼우는 가정을 방문하는 대통령의 사진을 보기 바란다.
우리가 살고있는 뉴욕에 올들어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이번 겨울엔 더 춥다는데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 일반가정의 난방비도 따라 오르고 있다.
닷컴 기업 퇴조, 주택신축 판매 감소 등등 미국 경기가 심상찮으니 동포들의 연말 경기도 뒤따라 신통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 샤핑 시즌이 왔지만 스몰 비즈니스를 하는 동포들의 가게는 썰렁하고 아웃렛 몰이나 세일 매장에만 사람이 붐비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야 찬거리, 옷가지 등 의식주의 가격이 경기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따라 주머니를 풀었다 조였다 해야한다. 자연히 이번 겨울에는 가정마다 연말 선물이 축소되고 경비 절감에 들어가고 있다.
지난 79년 겨울방학을 앞두고 대학생들 사이에 “월동(越冬) 준비 했느냐?”는 말이 유행되었었다. 12월부터 다음해 3월 초까지 긴 겨울방학이 시작되니 용돈을 확보할 수 있는 든든한 아르바이트꺼리, 긴코트와 긴 부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루한 겨울을 짧게 보낼 수 있는 애인이 준비되었냐는 것이었다.
“누구는 눈이 내리네를 들으러 아다모 공연 티켓까지 지닌 월동준비를 했다더라”는 말에 다들 부러워 “와”하는 함성을 질렀던 것같다.
이번 겨울 춥다는데, 경기가 안좋으면 체감 온도가 더욱 내려가는데, 당신의 월동준비는 끝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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