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회에는 겨울이 되면 유독 두드러진 점이 있다. 불우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뜨겁다는 사실이다. 그래 선지 요즈음은 기부금을 요청하는 소위 정크메일이 우편함에 없는 날이 거의 없다. 이러한 메일들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더욱 기승(?)을 부린다. 그 것이 바로 이 사회의 겨울 분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이렇게 날라드는 정크메일에 조금씩 답하다보면 기부금만도 자그 만치 월 1백 달러에 이른다는 한인도 있다. 그야말로 이 정크메일을 통해서 기부금을 요청하는 기관이나 단체들을 몇 십 곳 돕다보면 어느새 이런 정도의 금액은 잠깐이라고 한다.
이 같은 메일은 뉴욕 시에서 만도 매일 두 세 개가 보통인데 겨울이 오면 더욱 많아져 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를 정도이다. “이들은 내가 무슨 부호인줄 착각했는지, 단돈 3-5달러씩이라도 넣어 응답하면 여기 저기서 들어오는 메일이 겨울만 되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늘어납니다. 그래도 일단은 모두 뜯어봅니다. 어쨌든 미국에 와서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데 이렇게 보조금까지 받고 살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지...” 미국에 이민 와 자신이 누리고 있는 축복을 이렇게 불우이웃 돕기에 참여하는 것으로 환원한다고 한 한인은 말한다.
“하다못해 교회 다니는 사람들도 감사의 표시로 십일조를 낸다는데 아무 것도 한 일도 없이 혜택을 받는다면 나 역시 10분의 1 정도는 내야 될 것 아니냐”며 그는 자신이 받는 보조금 액수를 따져보고 매주 10여 통씩 받은 메일을 주말마다 정리해 보내고 있다 한다. 이런 류의 정크메일은 주로 시를 비롯해 재향군인회, 맹인단체, 수족을 잃어 입이나 발가락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 등 수 없이 많은 곳이나 사람들에게서 날라든다. 미국사회는 특히 추운 겨울에 헐벗고 굶주린 내 이웃을 생각하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고조된다. 이제는 한인사회도 이 기류를 그대로 받아들여 불우이웃을 돕는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연말연시를 기해 조금씩이나마 서로가 기쁨을 나눈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이 흐름은 미국사회가 타민족과 다른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이제는 남이 하니까 한다는 식이 아니라 이들처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신으로 불우한 내 이웃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남의 것을 보고 흉내 내는 정도가 고작이었으나 앞으로는 더욱더 보고 배운 것을 토대로 참된 의미의 자선을 주위에 베풀어야 할 때가 되었다. 바탕이 미흡해 아직까지 두터운 온정은 못하지만 그래도 베푸는 마음만은 더 푸근하게, 그리고 더욱 폭넓게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미국사회에는 한국전 참전 후 평생 불구로 살아가거나 아직까지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용사들이 적지 않다. “하려고만 든다면 얼마든지 남을 도울 수 있습니다.” 재향군인회에 첫 도네이션이 계기가 돼 어느새 이 운동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는 한 한인은 “하고 보니 마음도 기쁘고 보람도 느낀다”고 말한다. 미국은 자선단체들이 서로 연결돼 한번만 기부금을 내더라도 알고자 하는 단체들은 누구나 명단을 볼 수 있어 자연히 기부자 이름이 퍼져나가 이들을 찾는 단체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게 마련이다.
언뜻 생각하건대 이는 귀찮은 일일지 모르지만 반대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이처럼 세상에 많다는 사실을 생각 할 때 우리 눈에 들어오는 이 정크메일은 어찌 보면 오히려 반갑고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무주택 자를 위한 주택건립사업에 매년 10달러, 공립도서관에 10달러, 공영방송 채널 13에 10달러, 수녀원, 양로원 같은 곳에도 해마다3-5달러씩 기부금을 내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는 이 한인을 보며 우리는 미국사회에서 진정 사는 보람과 의미가 무엇인지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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