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한 일간지에 한 회사 간부의 생활을 기사화한 적이 있다. 기사의 제목이나 내용은 그 회사 간부의 투철한 직업정신을 미화하는 것이었으나 내게는 요즘말로 ‘엽기적’이었다. “하루 16시간 근무, 13년간 휴가 한번 안가” 기사 내용은 더 엽기적이었다. “아침 7시30분 출근하여 보통 밤 10~11시 퇴근”
60~70년대 한국인들은 모두 열심히 일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정말 불철주야 일했다. 일은 모든 것에 우선하였다. 일 자체는 선이었다. 이 당시 휴가라는 말은 사치였다. 그래서 한국이 이만큼 살게 되었다. 부지런함과 근면은 한국인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일은 곧 선이라는 추상같은 명제 하에 가려진 희생적 요인이 있었음을 우리는 외면해 왔다. 개인의 건강이나 사생활 그리고 가정사는 언제나 일이라는 치외법권적 위치의 그늘에서 제 위치를 확보하지 못했다. 몇 년간 휴가 한번 안간 정도가 아니라 일요일도 없이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드문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한국인이 미국에 이민 온다고 이러한 정신을 버리고 왔을 리 없다. 그래서 짧은 이민 역사에 그래도 이만큼의 기반을 갖게 된 것은 일은 선이라는 정신을 지키며 열심히 일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미국 이민 20년에 그랜드캐년을 가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것도 이제는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인도 4.29폭동 이후 많이 변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너무 많이 일만 하는 이웃을 만날 수 있다.
이제는 한국계 은행도 크게 성장하여 굳이 미국은행을 가지 않고도 은행 융자를 할 수 있는 세월이지만 그렇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한 한인 사업가는 미국은행의 융자 담당직원과 마주 앉아 융자 상담을 하고 있었다. 직원이 "사장님 휴가 계획을 좀 알려 주시죠"라고 말했을 때 한국인 융자신청 기업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휴가라니요? 일주일에 7일, 1년에 365일 일합니다"라고 호기 있는 대답을 했으나 웬일인지 융자 신청은 반려되었다.
당시 담당직원이 융자를 거절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휴가를 갖지 않는 기업인에게서 어떻게 신선한 사업적 구상이 나올 수 있으며, 둘째로 휴가를 갖지 않고 일만 하다가 건강을 잃어서 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 경우 융자의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 성공한 일본인 기업가가 주는 다음의 이야기도 경청해 보자. "회사의 최고 책임자는 1년에 한번은 새로운 발상을 위해서 혼자서 여행을 떠나라. 그것이 가능하지 않으면 도심의 호텔에서라도 며칠 동안 은거해라. 그것조차도 할 수 없는 최고 책임자는 위험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보아야한다.”
이상의 이야기들을 통하여 휴가는 사치가 아니라 선의 일부라는 새로운 개념에 도달하게 된다. 한국인의 40대 돌연사, 주위에서 밤을 도와가며 열심히 일한 결과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어느 날 "이제 살만해 졌는데"라는 안타까운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우연만은 아니다.
사장님, 이번 여름 가족과 함께 휴가계획을 세워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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