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 박찬호, 할리웃의 스타들. 이들이 남다른 재능과 노력의 대가로 명성과 함께 얻어내는 것은 자본주의 핵인 돈이다. 서민들에게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룰 수 없는 환상일 뿐이지만 그러나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그런 대중의 심리를 꿰뚫고 비록 별을 따는 확률이긴 하지만 복권 추첨으로 서민들 꿈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혹자는 꿩 먹고 알 먹는 주정부가 지독한 장사 속이라고 탓도 하지만 말로만 들어오던 일확천금 그 행운의 꿈을 1달러를 가진 자는 누구나 간직할 수 있고 판매이익의 일부는 학교에 기부하고 있으니 금전 만능시대에 어울리는 아이디어가 아닌가.
복권판매가 처음 시작되던 10년도 훨씬 전 우리가게에도 복권 판매신청서가 왔었다. 하루에 드나드는 고객의 숫자를 대라는 대목이 있었다. 세어 본 일도 없고 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적당히 적어 냈는데 퇴짜였다. 나중에 보니 우리 가게 매상에 못 미치는 비즈니스들도 판매 허가가 났었다. 후에 어렵게 허가가 나왔지만 복권에 대한 나의 인상은 구겨진 다음이었다.
그런데 해를 거듭 할수록 하늘에서 별이 내려와 내 주변에 꿈을 일깨워 주는 게 아닌가. 얼마 전에는 페인트 업을 하던 이스트베이 한인동포가 1,000만 달러인가 복권이 당첨되어 한국으로 나가 잘 산다고 했고 몇 달 전에는 이웃 도시 모라가에 사는 미세스 조라는 분이 남편 담배 사러 갔다가 5달러 어치 산 티켓이 8,400만 달러가 당첨되었단다. 그녀에게 티켓을 판매한 세븐 일레븐도 판매수수료로 22만 달러인가를 받았다. 그뿐인가 샌프란시스코의 Y씨는 세 번이나 그의 가게에서 당첨자가 나와 그때마다 수수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에는 산호세에서 복권 판매 이후 한사람이 받은 최대금액 1억4,100만 달러가 당첨되었으나 당첨자가 일주일이 되도록 나타나지 않아 화제가 되었다. 카스텔라노라는 수퍼마켓에서 일하다 은퇴한 66세의 노인이 당첨되었다는 것이다. 무직자가 당첨되었다니 실직자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매주 당첨자가 없어 당첨금이 배가되면 서민들은 후끈 달아오르다가 당첨자가 나온 다음날이면 파시처럼 썰렁해진다. 1달러, 2달러를 투자해서 큰 당첨금이 만들어지면 한사람 또는 몇 사람이 벼락부자가 되는, 기본 분배 법칙의 파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이 당첨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우선 얻고 싶은 것은 손쉽게 얻을 수 있으니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라 쉽게 권태로워지겠지. 재벌공화국시절 요정에서 선풍기에 대고 돈을 뿌려봐도 그걸 주우려 허둥대는 여자들을 봐도 하나도 기쁘지가 않았다는 재벌의 아들처럼 머릿속에 정제되어 있던 소망의 한계가 소멸된 상태가 되고 나면 세상에는 들꽃 같은 행복은 시들어 버리고 만다.
포도나무 올려보는 여우의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Y선생은 호수를 한바퀴 돌면 우리가게에서 복권을 산다. 복권이 되면 전액을 한국의 큰며느리에게 보내겠다고 한다. 큰아들 사업이 경제파동으로 침체되자 괜찮은 집에서 곱게 자란 며느리 고생이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건축설계사인 둘째 아들이 부모 생활비를 보내 온다며 아침마다 복권 한장 사고는 자식들 걱정이다.
요즈음은 뜸하다. 어제는 길에서 우연히 뵈었는데 많이 연로해졌다. “아내가 거동을 못하게 되어 큰며느리가 한국으로 데려 갔어요” 만약의 복권당첨 몫이 며느리에게 지목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그의 복권 투자는 적어도 요행으로 얻어내기 위한 자기만족이 아니다. 설령 요행심리의 발로일지라도 그 성취 목적이 자신이 아닌 경우, 그것은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다. 사랑은 아무리 허황된 것일지라도 아름답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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