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강곡선을 긋던 미국경제를 지난 9월의 테러사건은 저들이 의도했던 대로 더욱 휘청거리게 만들고 뒤따르는 불안심리는 아무리 대통령까지 나서서 다독거리고 있지만 마음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내일을 알 수 없는 삶의 공포감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어두운 터널에 한 줄기 빛이 들듯 속전속결로 치닫는 아프간 전쟁과 각종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경기가 회복될 듯한 기미가 보이고 경제호황이 서서히 그리고 다시 오리라는 가냘픈 희망을 갖게도 한다.
한편으로는 알렉산더 대왕이 지나가고 징기스칸의 말발굽이 지나간 전쟁의 연속 속에 시달려온 아프가니스탄과 30%가 넘는 영아 사망률을 가진 처절한 그곳의 현실과 테러로 불시에 부모를 잃은 1만여명의 뒤에 남은 어린아이들의 이야기는 심금을 울리지만 TV 화면에 비친 탈레반 포로 병사가 거침없이 내뱉던 “오사마 빈 라덴이 사라지더라도 60개국에 산재해 있는 알 카에다 조직의 성전은 미국이 지상에서 멸망할 때까지 지속되리라”는 이야기는 인간의 성선설과 성악설을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자기들만의 주의(主義)와 믿음을 지키고 감싸기 위해 백성을 핍박하고 가난과 기아선상에 헤매게 하는 그런 주의와 믿음은 아무리 미사여구를 달더라도 정당화 될 수 없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 테러전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앙아시아 거점 구축 후 중국을 견제하던 새로운 세계질서의 주축을 노리던 미국은 인류애와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Freedom Endurance’라고 불리는 작전명에서 보듯 인류의 자유보전을 위해 피 흘리며 싸워온 역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도 미국을 찾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유와 평등과 부귀를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누리는 이 나라에서 제각기 ‘아메리칸 드림’에 의미를 부여하고 살다보니 정이 든, 이 나라를 위해서 지난 9월 참사 때 한인사회에서 보여주었던 자발적 성금 모금은 이 나라를 지키고 가꾸며 다시 일으키려는 애국심의 발로를 웅변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때아닌 보신탕 시비가 반테러전처럼 영국에서, 프랑스에서 그리고 여기서까지 벌어지고 있는데 곤혹감을 느끼고 있다. 먹는 음식을 갖고 무슨 시비냐고 하면 자신에게는 시원한 카타르시스가 될지 모르지만 그런 것도 먹어치우는 사람은 야만인이라 고발하는 주장도 귀담아 들어야 되지 않을까. 남이 싫어하는 말이나 혐오하는 짓거리는 하지 않는 것이 예의요, 또한 문화인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좋은 이미지의 구축은 힘들고 오래 걸리지만 나쁜 이미지는 쉽게,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다는 인간 속성도 한 번 생각해 보고 있다.
평화를 상징하는 흰옷을 사랑하는 한민족, 더불어 살기 좋아하고 풍류와 가무를 즐기는 우리 민족, 연말을 맞아 시비에 휩싸이기보다는 한잔 술에 따스한 정담이나 나누며 지난 한 해를 뒤돌아봄이 우리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지 않을까.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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