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인간이 행복해지는 비결로 5가지 조건을 꼽았다. 첫째 쓸데없이 후회하지 말 것, 둘째 화내지 말 것, 셋째 현재를 즐길 것, 넷째 남을 미워하지 말 것, 다섯째 앞날을 미리 앞당겨 걱정하지 말 것 등이 괴테가 주장하는 행복의 지름길이다.
행복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그 점에서 성공과 다르다. 성공과 행복을 혼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성공은 어느 선에 도달하면 "성공했다"고 표현할 수 있지만 행복은 개인적인 것이며 질적인 것이다. 이에 비해 성공은 일반적인 것이며 양적인 것이다. 행복은 "행복하다"는 본인의 느낌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남이 보기에는 행복해 보여도 자신은 전혀 행복하지 않은 때가 있다. 행복은 잣대로 잴 수 없는 느낌의 세계며 행복감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만 실현되는 주관적 가치개념이다.
행복론을 들추는 이유는 미국인들이 올해처럼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9.11 뉴욕테러가 가져다 준 교훈이다. 사람은 사업에 망하거나 중병을 앓고 나면 달라지게 마련이다.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져 앉으면서 수천명의 목숨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본 미국인들의 충격은 대단했고 삶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난하다는 것은 재물이 없어서라기보다 종종 너무 많이 바라기 때문에 스스로 가난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있는 사람일수록 더 욕심을 부리고 뭐가 불만이다. 부자가 빠지는 함정은 가치의 순서를 오판하는 점이다. 항상 돈에 관한 문제를 가치의 1순위로 놓기 때문에 행복과는 거리가 먼 쪽으로 향하게 된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 중에는 "즐겁게 놀다가 죽으면 됐지 그 이상 바랄 것이 뭐가 있나"라고 말하는 것을 가끔 본다.
쾌락이 꼭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치의 순서 매김에 문제 있을 따름이다. 쾌락이 삶의 1순위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먹고 신나게 노는 것이 행복을 갖다 준다면 그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것도 무방하다. 그러나 신나게 노는 것도 몇 시간, 며칠이지 계속해서 먹고 놀면 이상하게도 나중에는 신나는 것이 아니라 지루해지는 것이다. "언제 제일 행복했습니까"라고 묻는 질문에 "왕년에 잘 먹고 잘 놀러 다녔을 때가 제일 행복했지"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데에 쾌락주의의 한계가 있다.
미국문화는 지금까지 쾌락주의 지향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엔조이’(enjoy)라는 말이 행복의 대명사처럼 쓰여져 왔었다. 그러나 9.11 뉴욕테러 참사 이후 미국의 가치관은 달라지고 있다.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다. 가치의 1순위는 행복이라는 것이 요즘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인생관인 것 같다.
행복해지려면 우선 불행해지는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괴테가 말하는 행복의 비결 다섯 가지 조건에 하나 더 첨가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만사에 너무 기대하지 않는 자세다. 눈감은 사람에게는 밤이 없다. 기대하지 않으면 섭섭한 것도 없고 화낼 일도 없는 법이다. 왜 자원봉사자의 표정은 항상 행복해 보이는가. 기대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복은 자유에서 오는 것이고 자유인이 되려면 무엇의 노예가 되면 안 된다. 그리고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와 자식, 시어머니와 며느리, 친구와 친구 사이도 기대하는 것이 없으면 의리 상할 일도 없다.
충격은 인간에게 잃었던 시력을 되찾아 준다. 9.11 테러의 충격에서 만약 우리가 배우는 것이 없다면 지난 한해를 진지하게 돌아보는 자세가 아니다. 남의 불행을 보고서야 비로소 행복이란 어떤 것인지를 깨우치게 한 것이 2001년의 메시지다. 그리고 가치의 옳고 나쁨보다 가치의 서열판단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2001년이 남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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