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만을 기다렸다.”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에서 쫓겨난 쿼터백 드루 블렛소가 버펄로 빌스를 이끌고 복수전에 나선다. 9년간 몸담았던 친정팀에 쌓인 한을 풀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있다.
몸싸움이 격렬한 NFL에는 어디 써 있지 않은 룰이 하나 있다. 팀을 위해 몸을 날렸는데 부상 때문에 주전의 자리를 빼앗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렛소는 NFL 연봉 챔프의 명성에도 불구 지난해 그런 불이익을 당했다. 패이트리어츠의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시즌 2주째 경기에서 뉴욕 제츠 라인배커 모 루이스에 태클을 당한 충격에 허파로 이어지는 혈관이 터져 병원 신세를 졌는데 돌아와 보니 자신이 설 곳이 없었다. 백업이었던 탐 브레이디가 그새 주전 쿼터백의 자리를 꿰차고 팀을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결국 빌스로 트레이드된 블렛소는 빌스에서 멋진 새출발을 하고 있다. 시골 같은 분위기가 아늑한 버펄로도 마음에 들고, 피어레스 프라이스와 에릭 몰즈 등 일급 와이드리시버들에게 패스를 던지다 보니 현재 NFL 쿼터백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블렛소는 올 시즌 5,000 패싱야드에 32터치다운 페이스를 달리며 새팀에서 다시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게임당 16점에 그쳤던 빌스는 블렛소의 가세로 올해는 게임당 30.1점을 기록하고 있다. 전적도 5승3패로 AFC 동부조 선두. 패이트리어츠에 1½게임차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블렛소는 작년 생각만 하면 이가 갈린다.
“팀을 위해 혼신을 다했는데 다치니까 나를 버렸다. 8년간 희생한 대가가 고작 이런 것인가. 꼭 이기고 싶다. 꼭 갚아주고 싶다.” 오는 3일 패이트리어츠와의 경기에 걸린 것은 바로 복수다. 블렛소의 동료인 몰즈에 따르면 블렛소가 동료들에게 이번 경기에서 꼭 이기게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은 없다. 그러나 “말을 안 해도 다 안다”고 한다.
블렛소는 패이트리어츠의 빌 벨리첵 감독의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는다. 벨리첵의 이름만 나오면 화제를 바꾸며 할 수 없을 때는 “전 팀의 감독”이라고만 말한다. 완쾌된 뒤 AFC 결승에서 다친 브레이디를 구원, 결승 터치다운을 뽑아내며 팀이 수퍼보울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도 벨리첵 감독은 브레이디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물론 패이트리어츠는 세인트루이스 램스를 꺾고 구단 사상 첫 수퍼보울 챔피언의 꿈을 이뤘기에 벨리첵 감독의 결정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벨리첵은 한 지붕 아래 두 호랑이를 키울 수 없기에 할 수 없이 블렛소를 떠나 보냈다.
“벨리첵에 배신감을 느끼는가.” 블렛소는 이 질문에 대해서는 “그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그리고는 “그런 감정에 얽매여 살기는 싫다. 그래도 수퍼보울 챔피언 링을 손가락에 끼게 되지 않았는가. 그걸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몇 안 될텐데 자랑스럽게 끼고 다닌다. 그러나 버펄로에서 또 하나 따내면 그게 훨씬 달콤하고 더 자랑스러울 것은 두말할 것 없다”고 털어놓는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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