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라인 알렉산더 지음
뜨인돌 펴냄
밥먹고 술마시는데는 돈 아까워 않으면서도 책 살때는 가격에 민감해 진다. 요즘은 본국의 책값이 예전보다 많이 오른데다 운송료등 이러저런 비용이 추가되다 보면 값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좋은 번역서적인 경우 원작자에게 지불하는 로열티 때문인지 가격이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1권에 20달러를 훌쩍 넘는 책들이 허다하다.
‘인듀어런스-어니스트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는 책값이 35달러를 넘어선다. 170쪽 정도 분량에 248x230의 독특한 판형으로 출간된 책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책이다. 책의 가치를 순서로 매길수는 없지만 1999년 ‘퍼블리셔스 위클리’지에 의해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이 평단의 높은 평가를 뒷받침해 준다.
이 책은 한 실패한 탐험가의 성공적인 리더십을 다루고 있다. 1914년 어니스트 섀클턴경이 이끄는 영국의 남극탐험선 인듀어런스호가 항구를 떠났다. 그리고 목표점을 100km앞둔 지점에서 얼음에 갇힌다. 그후 탐험대원들은 무려 18개월에 걸친 악전고투 끝에 전원이 무사히 돌아왔다.
탐험은 분명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역경속에서 보여준 섀클턴의 지도력은 오늘날 경영학에서 리더십의 모범으로 언급된다. 미국에는 그의 리더십을 연구하는 ‘섀클턴 스쿨’과 ‘섀클턴 박물관’이 설립돼 있으며 그에 관한 책만 수백권에 달할 정도이다. 왜 실패한 탐험가에 이같은 찬사가 쏟아지는 것일까. 우리는 항상 성공할 수만은 없다. 아니 실패할 때가 훨씬 많다. 문제는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느냐이다. 섀클턴은 극한상황속에서 리더 한사람의 지도력이 얼마나 다른 결과를 가져다 줄수 있는지를 보여준 생생하게 보여준다.
역경속에서도 섀클턴은 부하를 먼저 생각하는 리더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에게 절대적인 믿음과 충성을 보였다. 그래서 출신과 배경,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대원 27명은 누가봐도 죽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헤쳐나올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낙천적이었다. 의사로 탐험에 참가했던 맥클린은 일기에 이렇게 적고 있다. “초조하고 미칠것만 같았다. 그러나 섀클턴은 진정으로 위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혀 화를 내지 않았고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얼음위에서 겨울을 보내야 한다고 짤막하게 말했을 뿐이다. 그는 절대 비관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겨울을 준비했다.”
또 섀클턴은 솔선수범했다. 배를 버린후 구명보트들을 끌고 행군해야 했을 때 그는 대원들에게 가진것들을 버리라고 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먼저 금화와 시계, 은 브러시와 여행가방을 얼음위에 버렸다. 섀클턴은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단 몇 명의 대원을 이끌고 일엽편주에 의지한채 거친 파도와 싸우며 죽음의 항해를 떠난다. 섀클턴의 죽음을 두려워 않는 용기와 냉철한 판단으로 대원들은 조난된지 정확히 634일째 되던날 전원 구조된다. 대원들은 말한다. “최악의 구렁텅이에 빠지더라도 섀클턴이 리더라면 전혀 두렵지 않다”고. 모든 리더들이 꿈꾸는 최상의 찬사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모험기처럼 내용이 시종 흥미진진하다. 또 대원으로 참가했던 사진작가 프랭크 헐리가 촬영한 많은 사진들은 그들이 처했던 역경과 고난을 시각적으로 확인시켜준다. 사진 한장 한장이 사나이들의 체취를 그대로 전해주는 듯 하다.
<조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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