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사람’ ‘없어도 되는 사람’ 그리고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사람을 이런 사람, 저런 사람으로 나눈다는 것은 썩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특정한 사람을 손가락질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우리의 모습을 직시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한 목적에서 구분해 본다면 그것은 긍정적인 일일 것이다.
’없어도 되는 사람’과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아무도 그 사람의 가치와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말이기 때문에 가장 서글픈 일이다. 그것이 가정 공동체라면 모든 가족에게 항상 불안감을 조성하는 폭군 같은 남편과 아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조바심하는 아내와 엄마가 그런 사람일 것이다. 그것이 직장과 교회 등의 공동체라면 동료와 교우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불평과 불만 그리고 불화의 시작이 되는 그런 사람일 것이다.
반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한 사람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100% 발휘하고 있다는 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일이다. 그것이 가정 공동체라면 모든 가족의 든든한 울타리와 버팀목이 되어주는 남편과 아빠, 언제나 사랑과 용납으로 포근하게 감싸주는 아내와 엄마가 그런 사람일 것이다. 그것이 직장과 교회 등의 공동체라면 모든 동료와 교우들에게 웃음과 편안함, 위로와 격려를 선사하는 그런 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어떤 공동체에서든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사람,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사람, 공동체에 유익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있기 때문에 가정과 직장 등 공동체가 아름다워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 모든 사람에게 유익을 주는 사람의 삶처럼 아름다운 삶은 없다. 그러한 삶은 마치 하늘에 있는 구름이나 노을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아무 것도 없는 빈 하늘을 생각해 보라. 빈 하늘은 아름답기보다는 오히려 삭막하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 모양 저 모양의 구름이 있을 때, 붉은 노을이 있을 때 하늘이 아름답다는 탄성은 자연스럽게 쏟아져 나온다. 마찬가지로 모든 공동체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사람이 있을 때 아름다운 것이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사람은 마치 하늘에 있는 구름이나 노을과 같은 사람인 것이다.
모든 것이 풍성한 열매를 맺는 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한 해의 수고와 땀을 수확하는 농부의 일손이 바삐 움직이는 가을을 우리는 성숙과 추수의 계절이라고 부른다. 그 성숙과 추수의 계절에 거두어 들여야 할 것이 과연 곡식과 과일뿐일까? 그런 것들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나 자신에게서도 무엇인가를 거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 자신에게서 거두어야 할, 알알이 영글고 무르익어 고개 숙인 이 한 해의 열매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사람, 모든 공동체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있기 때문에 가정과 직장 등 내가 속한 공동체가 평안하고 화목하며 아름다운 그런 사람 말이다.
이 가을에 내가 거두어야 할 목록을 한번 작성해 보자. 그리고 나 자신에게서 거두어야 할 것, 즉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되는 목록을 올 가을에는 추가해 보자. 그래서 이민 가정들과 사회가 아름다운 이유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가 있기 때문이기를 기대해본다.


송인호 목사·안디옥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