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인트루이스 램스는 올 시즌을 4연패로 시작한 마당에 지난 3년간 2차례 팀을 수퍼보울로 끌어올리며 MVP로 선정됐던 수퍼스타 쿼터백 커트 워너의 새끼손가락이 부러져 눈앞이 캄캄했다. 2진 쿼터백 제이미 마틴을 내세워 연패 출발 기록이 5경기째 연장됐을 때는 ‘부활’ 가능성이 ‘제로’로 보였다.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지난 시즌의 준우승팀이었던 램스는 할 수 없이 NFL 경기에 단 한번도 뛰어보지 못 했던 3진 쿼터백 마크 벌저에 기회를 줬다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됐다. 8주 결장이 예상됐던 워너가 돌아오기 전까지 반타작만 해줘도 고맙겠다고 생각했던 벌저가 5연승을 연출하며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을 되살린 것. 램스는 벌저의 놀라운 선전에 5연패 뒤 5연승으로 마침내 승률 5할을 이뤘다.
전패 쿼터백과 전승 쿼터백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선택이 더 이상 어려울 수가 없다. 벌저가 아무리 잘해도 NFL 정상에 서있던 워너의 업적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램스의 쿼터백 논란은 일단 벌저의 손가락 부상으로 절로 해결될 전망이다. 벌저는 18일 시카고 베어스전에서 다친 오른손 2번째 손가락이 퉁퉁 부어 올라 최소한 22일까지는 연습도 하지말라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램스의 마이크 마츠 감독은 이에 대해 다 ‘짜고치는 고스톱’이란 식의 농담만 하며 웃는다. 그러나 워너가 완쾌 되는대로 주전 쿼터백의 자리를 돌려주겠다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마츠에 따르면 팀의 5연패 출발은 워너 탓이 아니었다. 오펜시브라인이 워너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데다 상대가 덴버 브롱코스, 탬파베이 버카니어스, 뉴욕 자이언츠 등 NFL 최고 디펜스를 자랑하는 팀들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벌저는 팀 오펜스의 ‘핵’인 러닝백 마샬 포크가 발목부상으로 쓰러진 뒤에도 2연승을 뽑아냈다. 샌디에고 차저스와의 경기에서 역전승을 연출한 뒤 베어스전에서는 아예 포크 없이 21대16 승리를 뽑아냈다. 포크는 이번 주 워싱턴 레드스킨스와의 경기에도 결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 쿼터백을 비교하자면 워너는 패스가 빨라 수비의 허를 찌른다. 와인드업이 거의 없이 ‘대포 알’을 쏜다. 반면 벌저는 공이 빠르지는 않지만 리시버들이 받기 아주 쉽게 던진다. 수비수의 키를 살짝 넘겨 리시버의 손에 착 달라붙게 던지는 ‘터치 패스’가 예술적이다. NFL 역사상 생애 첫 5경기에서 더 이상 좋은 성적(106 쿼터백 레이팅·1,496야드)을 올린 쿼터백은 없다.
램스 오펜시브라인맨 애덤 티머먼은 이에 대해 “그 동안의 업적이 있는데 커트가 자리걱정을 해야하겠는가. 마크는 그 덕분에 값진 실전경험을 쌓았고,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워너에 등을 돌려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여하튼 우리는 기가 막힌 쿼터백이 2명이나 있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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