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일보 본국지 칼럼 란에 폴란드 여학생이 쓴 글이 실렸다.
서울 대학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안나 파라돕스카라는 학생이 쓴 이 글 (11월 11일자)의 요지는 한국에 살면서라는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인의 경우 인터넷 사용에 불편이 많다는 것이었다.
미주 한인들 가운데도 이에 동감하는 이들이 하나둘이 아닐 것이다. 세계화를 역설한 김영삼 정부와 해외국민의 국내 권리 행사를 국내인 못지 않게 끌어올리겠다고 호언하던 김대중 정부의 발표만을 들어온 이들에게는 의아한 일인지 몰라도 한국의 인터넷 자료의 대다수가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해외 한인들에게는 철통같이 막혀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문서, 또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문서를 한글로 또는 영어로 번역하는 것이 직업의 일부인 필자 같은 사람에게는 인터넷에 실려 있는 자료들은 보물이나 다름없다. 다른 나라보다 일찍 인터넷의 효용에 익숙해진 한국의 각종 정부기관, 연구기관 및 기업체들은 방대한 자료를 인터넷에 띄우고 관리한다.
문제는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 대부분이 공영과 사영을 막론하여 제공된 자료에 접근하기 전 회원 또는 이용자 등록을 요구하고 등록 과정에는 예외 없이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외국인의 이용이 당연히 예상되는 곳도 마찬가지다.
간혹 영어로 외국인 이용자 등록란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곳도 결국에 가서는 등록이 거부된다. 우스운 것은 등록이 거부 될 때 떠오르는 오류 메시지는 대부분 한글로 뜨게 마련이다.
한글을 아는 사람도 결국은 포기를 하는 형편에 수많은 외국인들이 왜 등록이 안 되는지 이유도 모르고 포기할 것이 뻔하다.
인터넷에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해당 자료를 사용하게끔 하기 위한 것일 터인데 무슨 이유로 그렇게 담을 쌓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인터넷을 통한 사기와 범죄를 막기 위한 것이라면 그야말로 웃기는 얘기다. 왜냐 하면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유효한 주민등록번호의 입력만을 요구할 뿐이지 그 번호와 실제 사용인의 동일 여부는 상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형식을 위한 형식일 따름이다.
나쁜 짓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사람이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손에 넣기는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울 것이다. 앞에 언급한 안나 파라돕스카는 한국 친구의 주민등록번호를 빌려 사용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관청의 웹사이트에 이메일을 보내면 어떠한 형태로든 꼬박 꼬박 답장을 받게 마련인 미국에 살면서 순진해진 탓이겠지만 필자도 4년 전 청와대의 민원실에 이 문제에 대해 이메일로 문의를 보냈던 적이 있다.
재외 동포 특례법인지를 제정하여 해외 거주 한국인들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겠다고 (결국은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과 그 이후 후속 조치의 부재로 폐기될 형편이지만) 소란을 피울 당시다. 결과는 묵묵부답이었다.
IT 강국을 자랑하며 개방과 세계화를 나라 전체가 귀아프게 소리치기보다는 한국의 IT에 접근하고자 하는 선의의 외국인들과 재외 교포들을 가로막는 태도부터 바꾸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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