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자의 눈
▶ 정지원 <취재부 차장대우>
마틴 스코르세지 감독의 최신작 ‘뉴욕의 갱들’(Gangs of New York·12월20일 개봉 예정)은 1850년대 당시 모국의 기근으로 아메리카 행을 택한 아일랜드 이민자들과 기존의 ‘미국인’들간의 갈등을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는 또한 남북전쟁으로 뉴욕을 비롯한 북쪽에서 징병 소집을 단행하자 ‘왜 흑인들의 자유를 위해 우리가 희생돼야 하는가’라며 외치는 백인
이민자들의 분노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주 한인들에게 2003년 계미(癸未)년은 한인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뉴욕을 비롯한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이민 100주년 관련 행사 준비가 만발하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기자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내다보이는 시내 야경을 보며 문득 ‘나는 한국 사람인데 왜 미국에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기자의 그런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며 스카치 두잔과 담배 3가치 이후 도달한 곳은 바로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에 대한 의미였다.
사학자들에 따르면 한민족의 미국행은 1903년 하와이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시작됐다. 한민족이 미국(美國)으로 온 이유는 아름다운 나라를 관광하러 온 것도 아니오, 제국주의에 의해 영토확장을 꾀하려 온 것도 더욱 아니다. 그들은 사탕 수수밭 노동자로 왔다.
내 조국에서 잘살기 힘드니 남의 나라에 가서 돈이나 한번 벌어보자라는 생각으로 태평양을 건너왔다.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굶주림에 벗어나기 위해 뉴욕행을 택한 이유와 큰 차이가 없다.
’뉴욕의 갱들’에서 뉴욕에 갓 도착한 아이리쉬계 이민자들은 이미 터전을 잡고 있던 기존의 이민자들에게서 온갖 멸시를 당한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하지만 이민자들에 대한 기존 터줏대감들의 ‘텃세’는 예나 지금이나 항상 존재한다.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왜 미국에 왔는지? 건방진 견해이지만 아마 10명중 8명은 ‘더 잘 살아보려고 왔다’고 대답할 것이다.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은 결코 ‘축제’(Celebration)가 아니다. 이민 100주년 행사를 준비중인 관련 단체들은 물론 해외에 살고 있는 모든 한인 동포들은 이를 마음속에 되새겨야 될 것이다.
내 나라를 떠나 외국에서 뿌리를 내린 이민 선배들을 추모(Reverence)하고 그들의 고생이 역사 속에 결코 헛되게 남지 않도록 코리안-아메리칸 커뮤니티의 자리를 확고히 굳혀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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