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한글을 통하여 한민족의 정체성을 심어주려 온갖 노력을 다한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빠짐없이 한글학교를 보내고 또 여름방학이면 한국으로 여름 한글학교를 보낸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그렇게 노력을 하지만 그 결과는 미흡하다.
대개 기껏해야 한국 초등학교 3학년 정도로서 대학입학을 위한 SAT II 시험을 볼 때 큰 도움이 되고 또 대학교 들어가서 필수교양으로 제2외국어를 한국어로 선택하여 공부하는데 다소 도움이 될 뿐이다. 그러다가 잠깐 동안이라도 한글을 쓰지 않으면 금방 다 잊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성가신 가운데 주말마다 한글학교에 자녀를 열심히 보낸 데 대한 회의도 가끔 든다.
한국신문을 읽을 수 있을 정도까지는 돼야 하는데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한글실력으로는 사실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미국에서 한국신문을 읽을 정도까지 한글 공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니까 한국학교 가는 것을 나는 더 이상 권장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한국학교 보내는 것은 극소수의 예외는 있지만 시간과 노력의 낭비일 뿐이다.
세계 여러 다민족들이 모여 사는 미국에서 우리 한국사람들처럼 한글학교가 많은 민족이 어디 있는가 한번 살펴 보라. 거의 없다. 그것은 다른 민족들도 처음에는 우리 한국 이민자들처럼 자녀들에게 자기 모국어를 열심히 가르쳐봤지만 실효가 없어 그만 둔 경우가 많다고 봐야 한다.
자녀 교육에 유달리 많은 열성을 쏟는 유대인을 볼 것 같으면 그들의 3~4세들은 거의 모두 히브리어를 모른다. 그것은 자기민족 언어를 3~4세까지 가르쳐 내려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 미국이민 선구자들의 경우를 보더라도 한글을 가르쳐 민족 정체성을 지키려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언어로서 민족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데는 중남미 이민자들 뿐이다. 그런데 그 중남미 이민자 자녀들이 스페인어를 배우는데는 스페인어 학교가 아니라 그들의 가정과 중남미 이민자 사회이다. 미국에 중남미 이민자 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미국 어디 가든지 스페인어만으로 불편한 것이 없다.
그런 까닭으로 중남미 이민자 자녀들이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더 열심히 배우게 된다. 또한 스페인어 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더 많은 타민족 자녀 학생들이 스페인어를 외국으로 선택해 배우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의 히스패닉을 우리 자녀들이 한글을 배우는 롤 모델로 삼아선 안 된다.
그러면 재미동포 2세들의 한글교육은 포기하고 또 단념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실효성이 적은 주말 한글학교보다는 다른 효과적인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것은 자녀들이 미국서 대학교를 졸업한 후 직장 생활을 좀 미루고 한국에 가서 자원봉사를 3~4년간 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3~4년을 자원봉사에 바치는 것은 시간낭비가 아닐 수도 있다.
한국 청년들이 병역의무를 30개월 하는 것 같이 조국 가서 3~4년간 자원봉사를 하면 한국어와 한국문화는 수준급이 될 수 있다. 그렇게 하여 얻은 자원봉사 경험과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지식은 앞으로 미국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인 2세 자녀들을 주말마다 성가시게 한글학교에 보내느라 고생하지 말고 대학 졸업 후 한국에 가서 자원봉사를 하며 몸으로 직접 배우게 할 것을 제안한다.
윤주환/ 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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