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살아가면서 엉뚱한 친절과 뜻밖의 선행도 해 보라” 이 말이 미국 전역에 퍼진 사연은 이렇다.
뒷좌석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잔뜩 싣고 빨간 색 혼다를 몰고 가던 한 젊은 여성이 샌프란시스코 ‘베이 브릿지’의 톨게이트에 이르렀다. 그 젊은 여성은 미소를 지으며 징수원에게 자동매표기에서 산 일곱 장의 티켓을 내밀었다.
“한 장은 내 것이구요, 나머지는 내 뒤에 오는 여섯 대의 통행료입니다. 메리크리스마스, 굿바이." 뒤따르던 여섯 대의 차들이 한 대씩 앞으로 다가와 통행료를 내밀었다.
징수원은 “앞에 가는 어떤 여성이 당신들의 요금을 선불했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혼다를 몰고 가던 그 여성은 전에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냉장고에 붙어 있는 작은 쪽지를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이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 수첩에 써 놓고, 자신이 보내는 모든 편지 말미에 그 말을 적어 넣었다. 그 말의 내용은 이렇다.
<때로는 살아가면서 엉뚱한 친절과 뜻밖의 선행도 해 보라>"Practice random kindness and senseless acts of beauty."
그 말이 전해지기 시작, 어느 중학교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교실 벽에 이 말을 붙여 놓았다. 그런데 그 반의 한 여학생이 그 지역 신문의 논설위원의 딸이었다. 그 논설위원도 그 말을 뜻 있게 보고 신문에 기사를 실면서 그것을 누가 한 말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 뒤 이 짧은 말은 자동차 범퍼의 스티커로 등장하고, 누군가는 낡은 학교에 찾아와 교실 벽에 새 페인트를 칠해주고, 누군가는 도시 빈민가를 찾아와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고 그리고 누군가는 고집이 센 할머니의 지갑에 살짝 용돈을 넣어 주는 등 게릴라와 같은 선행 열풍이 이 지역에서 저 지역으로 그리고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위의 내용은 출간 1년만에 1백만부가 넘게 판매되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된 책<사랑의 수프 단지>’Chicken Soup for the Soul’ 중에 나오는 한 단편이다.
다음은 버지니아 주에서 98년에 사망한 총재산 14억달러의 부호 ‘폴 멜론’에 대한 얘기다. 워싱톤 국립 미술관을 세워 드가 작품 40점, 세잔느 작품 14점 등 9백여 점의 미술품을 기증하고, 모교 예일대학에는 미술센터를 세우고, 버지니아주 등 곳곳에 넓은 공원 부지를 기증했다.
이렇게 평생 10억달러가 넘는 재산을 희사하면서도 그는 자신의 이름을 어느 한 구석에조차 남기기를 한사코 거절하였다. 그의 생활도 검소하여 그가 몰던 벤츠 승용차는 68년형이었고, 그의 양복 가방 등도 최신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즐겨하던 말은 이렇다.「망가지지 않으면, 바꾸지 않는다.」
「미국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5%의 선의를 가진 부호들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음덕(陰德)이니 공덕(功德)이란 말로 선행이 이어졌었다. 심지어 선행을 하면서도 이름을 감추는 익명(匿名)의 미학이 있었다. 적선(積善)을 하되 남들이 모르게 베풀기를 3-5-7-9 기수 번으로 하면 자손대에 이르러 응분의 선과(善果)를 얻는 것으로 알았고 이것을 음덕이라 하였다.
장마에 다리가 떠내려가면 밤중에 다리를 놓고 알리지 않음이 월천공덕(越川功德)이요, 헐벗은 집 담장이나 나뭇가지에 옷가지와 먹을거리를 걸어놓는 것을 구난공덕(救難功德)이라 하였다.
언젠가 사라호 태풍때 신문사 의연금 모집 창구에 서울역에서 노숙이라도 한 듯한 허술한 옷차림의 한 중년이 찾아 와 입었던 웃옷을 벗어놓고 뒤돌아 섰다. 속주머니 위의 명찰은 닳아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굳이 살펴보니 그 아름다운 “보리밭"<보리밭 사잇길로>을 지은 고독하고 단명했던 윤용하였다.
단벌이던 당시의 이 작곡가에겐 가진 총재산의 절반이었으나 그것이 주는 마음의 양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누가 말했다.『요즈음 아버지들에게는 돈만 보이고, 돈은 그 아버지가 바보로 보인다. 어머니들에게는 내 아이만 있고, 그 아이들에게는 나만 있다.』아이들을 깨우치기 위해 “동화 흥부전"에서나 볼 수 있는 얘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 나와 이웃과의 관계, 나와 자연과의 관계는 물론 나와 절대자와의 관계까지도 저버린 텅빈 자신이 되고만 것일까. 이곳 멤피스 메모리얼 파크에서 있었던 일이다. 성묘를 하고 돌아가던 노인 한 분이 누군가의 묘소 앞을 지나다가 발을 멈추었다. 쓰러진 꽃병을 바로 세우고 시든 꽃병에 먼 발췌에서 수돗물을 받아 와 채워주더니 다른 묘소에서도 같은 일을 하곤 자리를 떴다.
망자에게까지 음덕을 베푼 이 노인, 그 뒤 그 노인을 다시 만나 「좋은 일 하셨습니다」라고 했더니「좋은 일이라니요. 다만 삐뚤어진 넥타이를 바로 잡았을 뿐인데요.」라며 겸손했다. /ikhchang@aol.com
멤피스 한인사 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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