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란 말이 실감납니다."
한 올드 타이머의 표현처럼 2002년 한인 경제계의 변화는 숨막힐 정도였다. 특히 최대 화제는 대형 식품점의 잇따른 진출.
한인이 운영하는 대형 식품점은 올 한해만 다섯 군데나 문을 열며 무한경쟁시대의 막이 올랐다.
신호탄은 지난 5월 지구촌 마켓이 올렸다. 건축회사를 운영하던 김종일 회장이 버지니아 매나세스에 매장을 개설했다.
이어 수십년동안 식품 도매상을 해오던 강식품(대표 강민식)이 도전장을 냈다. 11월초 센터빌에다 그랜드 마트를 오픈한 데이어 메릴랜드 게이더스버그에 3호점을 열었다. 내년 상반기에는 볼티모어 지역 진출을 노리고 있다. 앞서 8월에는 메릴랜드 저먼타운에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1호점을 내고 소매업계에 뛰어들었다.
워싱턴 지역에 3개의 매장을운영해온 한아름도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한아름은 지난 11월23일 버지니아 훼어팩스시티에 4호점을 열었다. 이번에는 상호를 수퍼 H 마트로 바꿔 다국적 프리미엄 마켓으로 탈바꿈했다.
새 식품점의 특징은 매장의 대형화와 함께 미국인 시장을 동시 겨냥했다는 점. 지구촌 마켓 5만1,500. 그랜드마트 센터빌점 5만, 수퍼 에이치 마트 5만3,500스퀘어피트, 모두 5만을 넘는 규모의 매장이다.
내부도 질적 차별화를 꾀했다. 고객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쾌적한 분위기에서 쇼핑할 수 있도록 꾸몄다. 특히 수퍼 H 마트는 실내를 백화점처럼 밝게 디자인해 쇼핑문화를 한 차원 높였다는 평을 들었다.
그동안 동양 식품점에서 장을 본 후 별도로 미국 그로서리를 찾아야했던 불편도 해소됐다. 수퍼 H 마트, 지구촌 마켓, 그랜드마트 모두 유제품, 육류등 미국 그로서리를 구비해 한군데서 쇼핑을 끝낼 수 있는 공간을 연출했다. 원스톱 쇼핑으로 이제는 한인 및 아시안 고객뿐만 아니라 미국인 시장을 동시에 잡겠다는 장기적 포석이다.
이처럼 워싱턴지역 한인 식품점의 연이은 개장으로 업계는 사활을 건 경쟁전이 불붙었다. 신생 식품점들은 개장과 동시에 벤츠, 산타페등 고급차를 내걸고 경품잔치에 들어갔다.
사진 콘테스트, 태극기 나눠주기, 무료광고등 다양한 판촉 이벤트를 마련, 고객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가격할인은 당연한 수순.
업계에서는 터주대감 롯데측도 곧 반격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 훼어팩스 매장 5분거리에 문을 연 한아름의 공세에 맞서 곧 버지니아 2호점을 열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형 식품점의 동시 개장과 경쟁은 고객의 측면에서는 쇼핑의 편리함과 서비스의 확대로 환영하는 분위기. 그러나 한인마켓끼리의 무한경쟁, 견제로 인해 자본력과 경험이 취약한 일부 매장은 벌써 타격을 받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인사회에서는 한인 마켓끼리의 전쟁이 아닌 자이언트와 샤퍼스, 쉐이프웨이 등 미 그로서리와의 경쟁을 통해 모두 함께 사는 전략을 구사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칫하다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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