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하에 아들 둘을 두고 있는 친구가 하루는 기가 차다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내용인 즉, 이제 막 프리스쿨을 가기 시작한 첫째 녀석 때문에 매일 아침 갓 돌이 지난 둘째까지 깨워 학교로 드나들기를 벌써 몇 달째. 하루는 둘째가 짜증을 부리며 울고불고 하더니 고열에 식은땀까지 흘리며 버둥대는 통에 무슨 큰일이라도 났나 싶어 병원으로 달려갔단다.
담당 소아과 의사는 "아침에 아이가 너무 일찍 일어나서 피곤이 겹치고 스트레스가 쌓였으니 가서 안정을 취하라"고 했다며 친구는 "쪼끄만 애가 뭘 안다고 스트레스냐?"며 혀를 찼다.
전업주부인 이 친구는 매일 아침 아이를 안고 한바탕 전쟁을 치러내는 맞벌이 주부들에 비하면 그래도 조금은 여유 있는 삶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일까?
아직 세상을 모르는 한 아기의 삶도 이러한데 세상살이에 부대끼며 생존경쟁을 치르는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의 연장선 위에서 하루하루, 한해 두 해를 보내왔는지…
누군가 `아기는 앞으로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괴로움으로 탄생과 함께 우는 것이고 임종할 때는 고된 삶을 이제야 접을 수 있다는 안도감으로 편하게 떠날 수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렇게 치열한 삶과의 전쟁 속에서 2002년 한해도 이제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다. 올 한해동안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또한 상처를 받기도 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조금만 더 너그럽게, 넓고 크게 생각했더라면, 조급함과 욕심, 자만심과 이기심을 잠시만 버렸더라면, 서로에게 지웠던 마음의 빚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송구영신! 아무 준비 없이 맞는 새해는 올해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새해에는 남이 가진 것을 다 갖지 못했더라도 부족하기 때문에 오히려 여유 있고 행복한 가정과 직장, 우리 사회가 되어지길, 그리고 인간냄새 풀풀 풍기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세상 이야기로 온 신문지면이 가득 차길 기원해본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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