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 암살시도 그린 액션 대작 사극
“사려깊고 예술적 영화” 중국 관리들 극찬
“폭군 묘사없이 역사 무시”일부 언론 비판중국당국 분노샀던 반체제 장이머 감독에 찬사 ‘아이러니’
‘홍등’과 ‘인생’ 등을 만든 중국 장이머 감독의 최신작이자 그의 최초 액션영화로 진시황에 대한 암살시도를 다룬 대하 무술영화 ‘영웅’(Hero)을 둘러싸고 중국 내서 찬반론이 비등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중국영화 사상 최고인 제작비 3,100만달러에 제트 리, 장지이, 토니 륭, 매기 충, 다니 옌 등 올스타 캐스트의 이 영화는 ‘와호장룡’ 스타일의 서정성과 눈부신 액션을 혼합한 화려한 영화로 중국이 2002년도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으로 출품했다. 미국에서는 올해 초 상영된다.
줄거리는 진시황을 살해하려던 자객(제트 리)이 최후 순간에 마음을 바꿔 진시황의 경호원이 돼 황제의 중국통일을 돕는다. 이 과정서 남녀 검객들은 각기 애국과 개인적 충성 및 사랑 때문에 싸우는데 장 감독은 이들 모두가 영웅이라고 말했다. 내몽고의 삼림과 중국 최동부의 황량한 평원 등지에서 찍은 영화의 촬영은 크리스포터 도일(현재 미국서 상영중인 ‘조용한 미국인’과 ‘토끼막이 울타리’촬영-그는 또 왕카이 감독의 영화를 찍었다)이 맡았고 각 주요 인물마다 4벌의 화려한 의상을 지은 사람은 오스카상 수상자인 에미 와다.
뉴욕타임스는 이 영화가 무자비한 폭군 진시황을 눈물마저 흘리는 인간으로 매우 동정적으로 묘사했는데 바로 이 점 때문에 장 감독이 찬사와 비판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찬양자들은 중국관리들.
‘영웅’은 지난 달 중순 인민대회당에서 첫 시사회가 열렸는데 영화를 본 관리들은 “예술적이요 재미있고 사려 깊은 영화”라고 칭찬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그런데 모택동은 진시황을 생전 자신의 영감으로 삼았으며 1973년 쓴 시에서는 “진시황을 비방하지 마시오”라고 적은 바 있다. 또, 중국 공산당은 지금도 진시황을 당 이론의 뚜렷한 우의로서 사용하고 있다.
반면 장 감독을 비판하고 있는 것은 일부 언론의 영화비평가들. 새트-차이나 주간지는 “‘영웅’은 진시황이 천하태평이라는 명목하에 저지른 대학살을 묘사할 용기가 없는 작품”이라며 “현대 사상가들에 의해 자주 문제화되는 역사를 장이머는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베이징 청년일보는 “이 영화는 내면 깊숙이 노예 근성을 간직하고 있다. 장 감독은 통치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장이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격동하는 역사에 의해 민중이 받은 감정적 상처를 주로 다뤄 관리들의 분노를 사면서 영화들이 국내 상영금지 조치를 받았다는 것. ‘홍고량’ ‘주 도우’ ‘홍등’ 등이 그런 것들로 이들은 모두 상영금지 조치를 받았다가 후에야 해금됐다. 또 1994년 칸영화제 대상을 받은 ‘인생’은 장 감독이 당국의 허락 없이 출품해 그는 블랙 리스트에 올랐었는데 중국의 격변하는 역사에 시달리는 부부 얘기를 그린 이 영화는 아직도 국내서 상영이 금지된 상태다.
그러나 장 감독은 수년 전부터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 영화들을 만들고 있다. 시골학교 임시 소녀교사가 도시로 달아난 제자를 찾아가는 ‘한 명도 모자라선 안돼’(98)가 그 같은 작품. 장 감독은 최근에는 2008년도 올림픽을 베이징으로 유치하기 위한 홍보영화를 만들었다. 그런데 장 감독은 최근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기는 무엇을 해도 비판받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비판에 신경을 안 쓴다고 말했다. 한편 진시황과 자객의 얘기는 1998년 첸 카이거 감독에 의해 ‘황제와 자객’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졌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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