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반미시위가 계속되고 이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과장보도가 맞물리면서 미국인들 사이에 반한 감정이 고조될 기미가 보이고 있어, 미주 한인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다.(미주 한국 동남부 판 1월 13일 자 1면)
미국은 한국 전쟁을 통해 공산주의자들로부터 나라를 구해준 구세주로서, 한국민들의 대미관은 절대적으로 친미적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미국의 남한 재 정권 지원, 민주 항쟁 무력 진압 지지(?), 농수산물 시장 개방 압력, 통상마찰, 통일의 걸림돌, 일부 주한 미군의 범죄와 비도덕적 행위 등등으로 80년대부터 반미감정은 남한의 새로운 사회 조류가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 정책, 김동성 선수의 올림픽 금매달 박탈(?) 사건,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등의 이유 등으로 반미 감정은 위험수위에 도달, 주한 미군 철수를 외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여기에 민족주의 정서까지 가미되어, 다분히 민족주의 사상이 짙은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인들의 대 한국관은 주로 어떤 것이었나? 한국 전쟁 전까지 아주 부분적으로 미국에 알려진 한국은 형편없는 왕들이 통치하는 미개의 나라, 가난하고 못 사는 동방의 먼 나라, 중국이나 일본의 일부 등 대체로 부정적인 것이었다.
6.25 전쟁 이후에도 한 동안 한국은 전쟁과 분단의 나라, 독재 국가, 사회 혼란과 데모의 나라 등으로 미국인들에게 인식되었다. 다행히 1980년대부터는 새로운 경제성장의 나라에 열심히 일하는 국민이라는 인식이 새로 자리잡기 시작했으나, 요즈음은 그것마저 퇴색되고 있는 것 같다.
또 지난 몇 달 동안 북한의 핵 개발과 관련하여, 미국과 북한 사이의 관계가 악화되고, 남한의 친미 일변도 자세가 변하고 있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미 정부 당국자뿐만 아니라, 일부 미국인들도 한국인 전체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가 표출되고 있는 것 같다.
앞서 인용한 신문 보도를 보면 LA 한국 영사관에 들어 온 전화나 e-mail 중에는 미국인들이 "한국산 상품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하는 내용까지도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주 한인들의 입지는 상당히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어렵고 곤혹스러운 때일수록 우리의 태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간추려 본다.
◎우선 중요한 것은 미주 한인들이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어정쩡한 태도를 갖거나, 불안해하지 말아야겠다. 조금도 변함없는 자세로 친절하게 손님들을 맞이하고, 반갑게 미국 친구들을 대하고, 훌륭한 미국 시민으로 신사 숙녀다운 행동을 해야겠다.
◎그리고 혹시 반미 운동이나 반한 감정 등의 문제가 화제에 오르면, 흥분을 삼가고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이 되면 좋겠다. 예를 들면, 한 편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자세가 아니라, 양쪽의 입장을 다 같이 분석하고 비판하고, 커멘트 해야 할 것이다. 미군과 미국 정부 당국의 부당하고 미온적인 대처, 남한 사람들의 지나친 반미데모 등도 차분하게 따지는 태도가 중요하다.
◎또 미디어, 특히 시각적이고 감정적인 효과가 큰 TV 등에 보도되는 것이 한국 사회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하겠다. 언론보도는 일부 현상을 사건 중심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사회 전체(entire picture)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직도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미국에 감사하고 주한 미군의 중요성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애팔래치안대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