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은행은 정부의 심한 통제와 그에 따른 획일화된 업무처리로 창의력이나 경쟁력이 형편없이 낙후되고 말았다. 은행의 중요성은 10년째 경제위축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도 찾아낼 수 있다. 은행 주식의 거품이 걷히면서 기업들의 파산이 높아진 예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지금 미국에도 한국계 은행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22년 전 미국에 와서 3년만에 처음 비즈니스를 인수할 때 샌프란시스코의 한 한인은행에서 대출해 주어 가능했다. 안되면 떼를 써볼 심사로 찾아갔는데 사업계획서와 인수하려는 업종의 경력만을 조회하고는 돈을 내주었다. 과연 미국이구나 신선한 느낌이었다.
지금의 한인은행은 얼마나 변화되었는가. 어제 신문 광고란에 “아직도 은행에 돈을 맡기고 계십니까”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러고 보면 아직도 은행이란 여유자금을 잠시 보관하는 곳, 소시민이 대출을 받기에는 문턱이 높은 곳, 험하게 말해 고리대금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묻어 있다. 뛰는 사회에서 걸어가는 수준이라는 말처럼도 들린다.
은행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창구직원의 세일즈 우먼 정신이다. 철저한 업무 숙지와 고객의 입장에서 업무 처리하는 자세다. 필자가 본부에서 처음 지점에 나가 배치된 곳이 예금계였다. 카운터에는 6명의 여직원이 고객의 입금 출금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고객들은 두 여직원 앞으로만 줄을 서려 했다.
한 직원은 워낙 상냥하고 심성이 착해 당연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또한 여직원은 차가운 인상인데 업무에 임하면 친절 하려는 부단한 노력과 능동적인 업무처리와 책임감으로 고객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다음은 책임자의 전권이다. 미국은행이면 지점장의 전결로 끝낼 일인데도 본점에서 서류를 쥐고 결정을 지연시킬 경우 고객의 피해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은행도 엄청난 신용 손실을 입게 된다. 빠른 가부의 통보, 긍정적인 업무처리, 미국은행들과의 경쟁을 위해서라도 업무 편제와 운영은 그들 수준으로 끌어 올려져야 한다.
H씨는 크게 하던 업종이 사회 전반적으로 침체위기를 맞게 되자 대출해준 미국은행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동안 은행은 H씨의 경영능력 신용도 자금능력 등 전반적인 점검을 끝냈다며 새로운 업종의 기업을 선정해 놓았으니 인수한다면 자금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고객을 살려 은행이익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물론 성공적이었다.
한인은행들도 경제 전문가 혹은 기획 분석 고객관리자라 해도 좋고 아무튼 고객의 재산을 키워주고 경영을 제대로 해나가도록 점검해줄 기구가 필요하다. 체인 업체들은 본사에서 상품진열에까지 신경을 써주기 때문에 경쟁에서 앞서 간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고객의 재산 증식을 위해 공동투자 방법도 알선 해주어 자본집약에도 가이드 해 준다면 동포은행과 커뮤니티는 필요 충분 조건 관계에 이를 것이다.
오클랜드에도 처음 한인은행이 생겼을 때였다. 그 은행을 거래하는 것도 아닌데 가끔 지점장이 우리 업소에 들러 “지나다가 들렀다”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는데 가만히 음미해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업정보도 담겨 있어서 아주 유익한 내용이었다. “문학 모임이 필요하면 저희 지점을 사용하세요”라고 했다. ‘열린 은행’을 연상케 했다.
현대사회는 타성보다는 변화를 요구하고 실리를 추구한다. 고객의 입장으로 생각하는 마인드와 업무 영역을 확대 해나가지 않고 얄팍한 아이디어로 호객 한다면 그 은행은 언제나 그 타령에 머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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