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오페라, 오페라 퍼시픽 등 여러 오페라단의 의욕적인 활동으로 미국의 어떤 지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 높은 오페라 연주를 접할 수 있는 이곳 남가주에서, 자주 연주되지는 않지만 오페라 역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헨리 퍼셀의 ‘디도와 에네아스’를 감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연주 단체는 기존의 오페라단이 아닌 UC 어바인 음대로 직업적인 오페라 가수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미래 성악도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 참신함을 기대하며 연주장인 클레어 트레버 극장을 찾았다. 벤자민 브리튼과 함께 영국 음악사에 가장 위대한 작곡가를 인식되어지는 헨리 퍼셀은 1689년에 ‘디도와 에네아스’를 작곡하여 그 당시 이태리와 프랑스에 밀려있던 영국 오페라를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놓았고, 이 작품은 17세기 바로크 오페라의 중요한 유산으로 남게 되었다.
솔로 독주회와 오페라 연주의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는 오페라는 여러 예술분야의 복합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종합 예술적인 양상을 보이는 오페라의 성공적인 연주자들간의 통일성이 요구된다. UC어바인 음대의 연주작 ‘디도와 에네아스’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성공적이었고, 또한 강한 인상을 남겨 주었다.
우선 지휘자 스티븐 터커의 음악 해석과 통솔력을 들고 싶다. 대부분 학부 학생으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로서는 표현하기 힘든 바로크 음악 특유의 화려함과 우아함이 지휘자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었고, 성악가들과 오케스트라가 하나가 되는 통일성을 그는 이끌어 내었다.
또한 현대와 고전을 조화시킨 무대 디자인과 연주자들의 의상을 통해 무대감독 로빈 벅의 참신한 무대연출을 엿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강한 인상을 남겨준 것은 주연 가수들의 연기와 기량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연기를 통하여 청중들과 훌륭히 대화하고 있었고 그들의 성악적 기량 또한 작곡자 퍼셀의 아름다운 음악을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주연가수 중 특별한 관심을 끈 것은 베린다 역할을 맡은 샤론 서 라는 한국인이었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의 이름을 본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정작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연을 맡기에 조금은 어리고 앳돼 보이는 학부 2년 생으로 그녀가 보여준 음악과 연기는 비슷한 나이의 성악도들의 수준을 뛰어 넘는다는데 있었다.
청중들로 하여금 무엇을 표현하는지 함계 느끼게 하는 과장되지 않고 절제된 연기와 음악에 대한 충실한 해석, 안정된 호흡에서 나오는 밝고 가벼운 음색을 보고 들으며 미래의 훌륭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를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이 곳 남가주에서 의욕적으로 오페라 연주를 하는 여러 음악학교 못지 않게 UC 어바인도 능력 있는 음악, 무대 감독과 기량이 뛰어난 젊은 성악가들을 보유하고 있음을 이번 연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고, 남가주 오페라의 미래 또한 밝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계봉원
UCLA 음대 박사과정·LA오페라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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