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은 정곡으로 측정하지만 북한은 벼의 경우 겉곡으로 측정한다. 실례로 벼는 벼 껍질째로 측정한다. 도정률(정곡 비율)이 70~75%로서 벼 100킬로그램이라면 입쌀은 70~75킬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왜 이렇게 측정하는 가는 탈곡기술이 낙후된 북한 실정에 맞기 때문이다.
강냉이(옥수수) 수량 경우에는 정곡 그대로 보아도 무방하다. 어떤 학자들은 강냉이 속청까지 수량으로 측정한다고 주장하나 그렇지 않다. 단지 강냉이 쌀로 타개는 과정에 알 껍질이 분리되는 정도를 감안해야 한다. 강냉이 쌀을 내는 과정의 부산물인 가루나 배아는 식량으로 사용된다. 알 껍질은 사료로 사용되므로 강냉이 수량에서는 거의 버리는 것이 없다.
북한에 있을 때 국가 식량배급으로 필요한 수량은 간단히 알려져 있었다. 정곡으로 하루에 1만톤씩 소요되므로 1년이면 365만톤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이것은 거의 정상적인 배급기준에 한 한 양이다. 10여년 동안 배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수준으로 볼 때에는 이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 추산해도 된다.
이런 배급기준은 강냉이를 주식으로 하기에 강냉이로 생각해야 현실적인 이해이다. 북한에서 강냉이에 비한 입쌀(벼)의 가치는 두배이다. 즉 강냉이 10킬로이면 입쌀은 5킬로와 바꿀 수 있다. 최근 정부가 3년간 북한에 지원한다는 입쌀 130만톤을 강냉이로 환산하면 260만톤의 가치로 된다.
강냉이도 없어 굶주린 대상이 절대다수인 주민이라는 것을 볼 때 입쌀은 너무 고급하다. 주민 입장에서 입쌀은 생일, 명절날에나 특식으로 겨우 먹는 식량이다. 주민에게서 라면이나, 분유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식품이다. 정말 굶주린 주민을 위한 식량지원이라면 입쌀에 비해 두배 이상이나 싼 강냉이를 바꾸어 양적으로 더 보내야 한다. 가령 우리가 중국에 입쌀을 보내고 중국이 북한으로 강냉이를 보내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 식량 소요량에서 외부인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놓치기 쉬운 특별 한 면이다. 그것은 10여년 동안 국가 식량배급을 제대로 못 주었는데도 수천만 주민이 살아 있는 저력이다. 바로 개인 뙈기밭, 텃밭 농사와 개인 장사라는 주민경제(지하경제)이다.
개인 뙈기밭, 텃밭에서 나는 수량은 집단농장에 비해 약 5배 이상 더 높다. 개인 뙈기밭과 텃밭에서 나는 식량은 국가도 그 누구도 그 정확한 수량을 모른다. 분명한 것은 10여년 동안 국가배급을 주지 않았어도 살아나게 한 저력이라는 것이다. 수백만 아사 사태는 국가가 이러한 주민경제(지하경제)를 탄압했을 때이다. 또한 인민의 국가가 죽기 전에 먹을 것을 반드시 주겠지 믿었던 주민 속에서 창궐했다.
전 북한농업과학원 연구원으로서 나는 북한 식량문제 이해에 필요한 자료를 말할 뿐 이러저러한 정치적 평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강조하고 싶은 것은 등소평식 농업개혁을 하지 않는 한 식량난의 근원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지원은 동포애나 인도주의 비중보다는 개혁을 지연시키고 주민경제를 탄압하는 쪽으로 기울기 쉽다. 최근에는 더욱이 ‘핵 인질범’에 굴복하는 모양새로 되는 것이 우려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며 굶주린 자(주민)를 우선하여 지원하는 것은 백번 찬성이다.
이민복
전 북한농업과학원 연구원 (95년 서울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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