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시작됐다.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나. 물론,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그러면 이미 시작된 이라크 전쟁은 세계 평화를 위한 것인가. “세계 평화를 위한 전쟁”이라 답한다면 전쟁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등식이 성립된다. 왜? 이번 전쟁은 “세계 평화를 위한 전쟁”이라 답했기 때문이다.
CNN 방송의 ‘래리 킹 라이브’는 개신교와 가톨릭 지도자들을 초청해 전쟁에 대한 정당성과 이슬람 신앙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본 어게인’(Born Again), 즉 새로 거듭난 교인으로 자처하는 부시 대통령이 주도한 이라크와의 전쟁이 윤리적, 신앙적으로 정당한가 하는 것과 세계 평화를 위해 후세인은 물러나야 하냐 하는 것 등이 주제가 되었었다.
래리 킹이 초청한 교계 지도자는 미연합감리교회 에큐메니칼 위원인 멜빈 탈버트 감독(북가주 네바다연회 전 감독), 남가주 선밸리의 그레이스 커뮤니티 교회 잔 맥아더 목사,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밥 존스 총장, 샌안토니오의 그리스도 오크힐스 교회의 맥스 루카도 목사, 로만 가톨릭 방송의 마이클 매닝 신부 등이었다.
보수와 진보 양쪽 지도자를 함께 초청해 진행된 토론은 서로의 입장을 견고히 지키는 발언을 통해 미국 내의 종교계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멜빈 탈벗 감독은 “전쟁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이라크 전쟁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매닝 신부도 “예수라면 전쟁은 반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밥 존스 총장은 “평화를 위해 전쟁은 필요할 때가 있다”며 전쟁 지지론을 펼쳤다. 잔 맥아더 목사는 “후세인은 하나님이 아닌 다른 신에게 기도하는 사람이다. 참되고 살아있는 하나님은 성경이 말하고 있는 여호와 하나님뿐이다. 그러므로 그 하나님 외에 다른 신에게 기도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후세인 축출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이미 전쟁은 시작됐다. 이라크 함락은 눈앞에 다가와 있는 듯하다.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교계 지도자의 전쟁 찬반론에서 “전쟁은 평화를 위해 필요할 때가 있다”는 쪽의 손을 들어준 결과가 된 듯하다. 숙제는 있다. 이라크 전쟁이 세계 평화를 위한 전쟁인가 하는 것은 역사가 풀어야만 될 과제인 것 같다.
전쟁이 시작된 이 상황에서 교회는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나. 젊은 목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도회를 하려 하는데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냐”는 것이었다. “시작된 전쟁, 빨리 끝나 단 한 사람의 희생자라도 줄여야 한다. 전쟁 종식이 빨리 되기를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현실이기 때문이다.
‘전쟁과 평화와의 괴리’ ‘이슬람과 기독교와의 괴리’ ‘진보와 보수와의 괴리’ ‘현실과 당위와의 괴리’ ‘목적과 수단과의 괴리’ 등등. 괴리는 어쩔 수 없는 인간과 인간 세계의 구조적 갈등과 모순일 수밖에 없는가. 모두가 평화롭게 사는 세상이 이 땅에 구현됨을 바람은 헛된 염원일 뿐인가. 보수와 진보 사이의 양극화 모습은 미국 종교계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곳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다.
전쟁에서 군인과 양민이 죽어가고 있다. 그들의 희생이 평화란 목적에 수단으로 쓰여지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기도해야 할 것이다.
김명욱(목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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