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부터 최근까지 연 8일간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 중의 하나인 다우지수가 상승을 거듭하다가, 지난 주말 미국과 영국 연합군이 예상외로 이라크군의 강력한 저항으로 고전하며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세계 주가는 금방 곤두박질하고 말았다. 그 이후에는 전해지는 전황에 따라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형상이다.
미국의 30대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는 다우지수를 비롯한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향후 경제의 불확실성이다. 어떤 기업의 미래의 예상수익을 오늘의 가치로 환산한 것이 그 기업의 오늘의 주가이므로, 주가를 결정하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는 미래의 예상 수익과 금리다.
많은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과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과 영국의 연합군이 막강한 화력과 첨단무기를 앞세워 전쟁을 조기에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렇다면 불확실성이라는 요소는 많이 감소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주가를 결정하는 두 요소 중의 하나인 금리는 지금처럼 낮게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주가가 진정으로 탄력을 받아, 지속적으로 상승하려면 또 하나의 요소인 기업들의 미래 예상수익이 향상될 것이라는 결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점에는 투자자들이나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 상당한 이견이 있다.
한편으로는 이라크 전쟁의 조기 종료로 유가가 안정되고 소비심리도 급격히 회복되며, 향후 경제의 불확실성의 감소로 기업의 투자 의욕이 향상되면 실업률도 감소되고 결국은 기업의 수익 향상으로 이어져서 미국 및 세계경제는 빠른 경기 회복의 길을 걷게 된다고 전망할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약 750억달러로 예상되고 있는 전쟁관련 비용 조달을 위해 미국 연방정부가 엄청난 액수의 국채를 발행하게 되고, 이로 인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그나마 미국 경제를 어느 정도 지탱해 주고 있던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금비용 부담이 커져 기업의 투자의욕 하락과 소비자들의 소비심리 하락이 이어지고 결국은 미국의 경기는 전쟁 특수로 인해 잠깐은 반짝하겠지만, 지속적인 회복의 길을 가기에는 경제의 펀더멘탈이 아직은 허약하다고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더 나가서 90년대 중반부터 생기기 시작한 불건전한 거품이 다 빠지려면 아직은 더 기다려야 하고 특히 새로운 첨단기술의 테마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괄목한 만한 소비자 구매 의욕을 창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러다가는 80년대 후반 이후 10년이 넘도록 불황에서 헤매고 있는 일본처럼 미국도 장기간 불황의 늪으로 빠져 버릴 수도 있다고 경계하는 경제전문가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필자는 우리 한인 소비자들에게, 주위를 둘러보면 가치에 비해 정말로 좋은 가격에 팔리고 있는 상품들(예를 들어 전자제품, 자동차, 여행상품 및 항공권)이 많이 있으므로 본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소비를 하라고 권하고 싶고 기업이나 스몰 비즈니스를 하는 한인들에겐 아직은 자제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분수에 맞게 생활하고 소비하고 투자하면서, 확실한 경기회복의 징후(즉 저금리 유지와 기업들의 미래 예상수익 상승이라는 두 가지 요소 전부)가 보일 때까지, 조금 더 참을성 있게 기다려보자고 권하고 싶다.
정연국 UC리버사이드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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