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결혼사진을 26년이나 따라다니다 보니 좀 보태면 장편 두어 권은 쉽사리 나오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이곳 미국 땅에서의 결혼식이야 어디 우리 한국의 젊은이들뿐이랴?문화적, 인종적 배경이 다른 수많은 결혼식을 다니다보면 배우는 것 또한 많다. 많은 풍습도 대하고 민족성도 배운다. 게다가 이민족간의 결혼이 점점 많아지니 두 민족의 문화를 하루에 접하는 겹경사(?)도 자주 맞는다.
대부분의 아시아계 이민1세들은 굳은 머리에 고집은 세어서 자녀들의 이민족과의 결혼에 관대하지가 않다. 같은 이민1세대라도 서양 이민자들은 속으론 몰라도 겉으로 관대한 편이다.
특히 한국과 중국 부모들의 자식 간섭은 타민족의 추종을 불허한다. 고슴도치도 자식사랑은 끔찍하다지만 한국과 중국이민1세들의 자식사랑은 가끔 도가 지나친다. 본인들이 좋아 죽겠다는데도 악을 쓰고 떼어놓으려는 전근대적인 부모들이 아직도 상당수이다. 사위나 며느리를 한집에 데리고 사는 시절도 아니고 그렇게도 좋다는 걸 떼어놓고 그들의 앞날을 행복하게 하겠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얼마 전에 갔던 결혼식도 반쪽으로 끝난 뒷맛 씁쓸한 결혼식이었다. 중국 처녀와 베트남 청년의 사랑이 무르익어 결혼날짜까지 잡혔건만 신부의 모친은 그들의 결혼이 못마땅 했다.
사돈들에게도 쌀쌀맞던 그녀는 결국 큰 딸 결혼식에 불참이라는 최악의 수를 두게되었고 억센 부인들을 다루지 못하는 중국남자들의 나약한 태도로 신부의 부친도 동반 불참하는 결혼식이 되고 말았다.
신부의 두 여동생만이 초라하게 참석한 애처로운 결혼식이었다. 난 그동안 한국며느리를 맞으며 흥분에 들떠 즐거워하는 중국 시부모들을 수없이 보아오던 참이라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혼식도중 서로 마주보는 신랑 신부의 눈에는 비장감마저 감도는 그런 분위기여서 들뜬 마음에 종일 즐거운 분위기만 계속되는 여타 결혼식과는 확실히 대조되는 무거운 공기가 가슴을 짓누르는 하루가 되고 말았다.
본인들은 남을 의식해 웃는 얼굴을 보이느라 온종일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였지만 그런 자식을 두고 옹고집 부리며 얼굴 부어있는 신부어머니 얼굴을 떠올리니 속이 부글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평생을 끼고 살려는 건지는 알 수 없으나 나만의 세계 속에 갇혀서 타협을 허용치 않는 사람들이 우리 한인사회에도 상당수다. 자식의 장래를 축복은 못해줄망정 재를 뿌리는 우매한 짓은 삼가야한다.
결혼식후에 나는 조용히 그들에게 말했다. “어디 보라는 듯이 둘이 멋지게 살아보렴. 그 길만이 어머니를 돌리는 길이란다” 물론 속으로 나 혼자 한 말이었지만 말이다.
김진태/샌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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