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건국(1926년)의 아버지인 압둘 아지즈왕은 300명의 여성과 결혼했다. 이들에게서 태어난 왕자만 50명, 공주가 80명이었다.
아지즈왕이 왕비를 300명씩이나 맞아들인 것은 종족보존을 위한 정책적인 차원에서였고 자신의 구사일생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기도 했다. 아지즈왕은 사우드 가문인데 1891년 라사드 부족과 싸워 지게되자 가문이 몰살당하는 비극을 겪었다. 이때 어린 왕자인 아지즈만 극적으로 탈출해 사우드 가문이 대를 잇게 되었으며 후일 아라비아의 천하통일까지 이루게 된다.
왕비가 300명이나 돼도 거기에는 주류가 있고 비주류가 있게 마련이다. 아지즈왕의 경우 핫싸 수대리라는 왕비가 가장 총애를 받았는데 오늘의 사우디왕들은 모두 이 핫싸 왕비의 자식들이다. 사우디에는 현재 왕자, 공주만 1,000여명이고 사우드 가문 전체 왕족의 숫자는 2만1,000명에 이른다. 오사마 빈 라덴이 왕족이라 하지만 이 2만1,000명중의 한 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건국의 아버지며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은 아지즈왕에게 고민거리가 생겼다. 그가 사우디에 처음으로 방송국을 세우려하자 회교 지도자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서양의 타락문명 기구를 도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지즈왕은 방송국은 주로 코란 성경을 국민에게 낭독해 주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으로 겨우 개국할 수 있었다.
아지즈왕이 죽은 후(1953년) 그의 아들 파이잘왕이 TV 방송국을 세웠을 때는 전국에서 이에 반대하는 거센 데모가 일어났으며 결국 이 데모에 가담한 왕족 중의 한 명이 파이잘왕을 암살했다. TV 방송국을 오픈하는 문제로 왕이 암살 당한 것이다. 서방세계의 눈으로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다.
몇 년 전 사우디 왕국의 공주가 부인 있는 남자와 연애했다 하여 광장에서 공개 처형된 적이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왕족 여성 한 명은 미국인 남자와 데이트 한 것이 무타와(이슬람교 간부)에게 발견되어 부모에게 통보되었으며 가문을 망신시켰다 하여 아버지는 그녀를 집 풀장에서 공개 익사 처형했다. 사우디 왕가에서는 결혼 첫날밤에 신부가 처녀가 아닌 것이 드러나면 신랑이 신부의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아버지는 딸을 데려가 죽이는 예가 많다.
아랍국가 중에서 사우디가 유난히 회교 율법을 강조하는 나라다. 이유는 사우디에서 1700년대부터 “원래의 회교정신을 다시 찾자”는 와하비 운동이 일어났으며 이 와하비 운동을 사우디가 앞장서서 중동에 전파했기 때문이다.
와하비즘은 1750년대 사우디 이슬람교 학자 아부달 와하브가 펼친 모하메드 시대로 돌아가자는 정신운동이며 기독교의 문물 침투를 막기 위한 캠페인이다. 사우디는 와하비즘을 연구하는 기관과 학자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왔으며 사우드 왕가의 국민 무마용 정책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와하비즘 운동이 오래 계속되자 극단적인 `회교 원리주의자’들이 생겨났고 여기서 다시 더 극단적인 알카에다 멤버들이 조직되기 시작한 것이다. 9.11테러에서 18명이 사우디 출신이고 요즘 사우디에서 극렬한 테러가 잇달아 미국 대사관이 잠정적으로 폐쇄된 것도 와하비즘의 후유증이다. 결국 사우디 정부가 도끼로 자신의 발등을 찍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모든 모슬렘이 알카에다는 아니다.
그러나 알카에다 멤버들은 모두 모슬렘이다. 이것이 문제인 것이다. 미국에서 KKK가 사회를 지배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제와서 사우디는 와하비즘을 부정할수도 없고 후원하자니 서양배척 운동을 부채질 하는 셈이된다. 사우디의 고민덩어리가 와하비즘이다.
이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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