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의 인기 개그우먼 이경실씨가 남편으로부터 구타를 당한 뒤 병원에 입원하였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만취한 남편에게 얻어맞아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오랫동안 연애하고 마침내 결혼하여 마냥 행복하게만 보이던 잉꼬 부부 사이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많은 사람들을 적잖이 놀라게 만들었다.
기회 있을 때마다 그리도 다정한 모습으로 부부애를 과시해 오던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그럼에도 이 부부 사이에 있었던 가정 폭력의 실상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을 뿐,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수년 전 한국의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기혼여성 중 60%가 배우자로부터의 각종 학대를 경험한 일이 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특히 남편으로부터 구타당하는 여성들 가운데에는 47.1%가 일주일에 2~3회, 41.2%가 한 달에 2~3회씩이나 구타를 당한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것을 순전히 개인과 집안의 망신과 수치로만 생각해서 숨기려고만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잘못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한국 사람들 중에는 특별히 ‘간 큰 남자’들이 많다. 도대체 무슨 뱃심으로 “북어와 마누라는 두들겨야 맛이 난다”든지 “마누라를 사흘동안 때리지 않으면 여우가 된다”든지 하는 말들을 서슴지 않고 뱉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그런 말들이 또 교회 안에서조차도 쉽사리 회자될 수 있단 말 인가?
가장 중요한 원인을 우선 잘못된 가부장 제도와 그릇된 종교 문화적 통념으로 돌리지 않을 수 없다. 특별히 한국 기독교인들에게는 가부장 중심의 유교문화와 더불어 그 위에 잘못 덧입혀진 기독교 신학의 곡해 내지는 그릇된 종교적 가르침이 이러한 가정 폭력을 더욱 정당화 시켜주고 있다고 본다.
유교사회 구조 속에서 강조되고 있는 ‘부부유별’의 가르침은 늘 아내가 남편에게 언제나 복종할 것을 전제로 하는 가부장적 위계질서다. 그런데 이런 문화 위에 성경은 또 “남편에게 복종하라”는 또 다른 종교적 도그마로 복종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남편에게 복종하라”는 이 가르침은 사실, 구타하는 남편에게 복종하라는 말이 아니다. 이 말 속에는 이미 가부장적 문화의 편견이 깔려 있기에 정확하게 해석하기만 하면 문제될 부분이 아 니다.
성경에서는 또 남편을 ‘머리’로 표현한다. 그런데 원어로 이 말을 보면 ‘아르케’라는 말과 ‘케팔레’라는 두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아르케’는 지배자, 상관, 보스라는 말이지만, ‘케팔레’는 앞을 인도하는 선도자, 향도라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남편과 아내의 관계를 규정하는 모든 부분에서는 언제나 이 ‘케팔레’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남편은 아내에게 있어 균등한 지체라는 것이다.
가정의 달 5월이 잰걸음으로 지나고 있다.
이 달에는 특히 종교의 이름으로 남존여비 사상을 강화하고 가정 폭력을 정당화시켜서는 안되겠다. ‘마누라’가 ‘북어’처럼 두들겨 맞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종교의 이름으로 가부장적 제도의 잘못된 메커니즘을 인정하거나 가정 폭력을 묵인 또는 정당화시키는 일이 없어야겠다.
조일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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