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 미국방문은 성공적이었다는 게 국내외의 대체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이 방미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노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 불신과 불안감이 해소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국인과 미국 조야에서는 노 대통령의 노선이나 입장이 불안하다는 의견들이 있었는데 이번 방미로 불신감을 해소시키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두 번째로 북한 핵문제의 해법에 관한 것이다. 두 정상은 ‘북한 핵은 용납하지 않겠지만 핵문제의 해결을 평화적으로 외교적으로 해결한다’는 데 합의했다. 중요한 대목이다.
이라크 전 승전으로 미국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득세하고 있는 가운데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양국 정상이 합의한 것은 우리의 의지가 관철됐다고 봄이 타당하다.
양국 정상이 ‘추가적인 조치’에 동의, 북한에 대한 미국의 무력사용 가능성을 연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외교분석가들은 ‘추가적인 조치’가 북한이 흔히 범하는 ‘일방적 약속 파기’에 대한 일종의 안전장치이지 ‘무력사용’을 전제한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문제 해결에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선택방안을 테이블에 올린 상황에서 우리가 얻어낸 대목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국가와 민족의 생존을 지켜야 하는 우리 지도자로서 당연히 택해야 할 ‘현실주의적 고려’였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로 지난해 말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한미간 ‘미묘하고도 껄끄러운 동맹’관계가 이번 방문을 통해 복원됐다는 점이다. 양국 정상간 대화내용에서 보듯 노 대통령과 부시대통령이 서로 친밀한 인간관계까지 다져 놓음으로써 향후 복잡한 외교현안을 풀어나가는 데 ‘튼튼한 기반’을 쌓았다.
노 대통령이 뉴욕과 워싱턴을 거쳐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면서 키워드는 ‘경제’로 옮겨졌다. 샌프란시스코 방문에서 눈에 띈 대목은 16명의 서부지역 미국 경제인들과의 만남이었다. 이들 가운데는 데이빗 오렐리 셰브론 텍사코 회장, 다니엘 릴리 뱅크 오브 아메리카 회장, 제리 양 야후 창업인 등 우리나라에 투자를 하고 있거나 대한 투자에 관심이 많은 세계 유수의 기업인들이 포함돼 있다. 자신들이 결정만 하면 곧 바로 투자로 이어지는 이들 재계인사들이 “개혁적이고 새로운 생각을 가진 대통령이라면 만나고 싶다”며 다른 일정을 취소하면서 우리 대통령을 만났다.
노 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시 자동차로 한시간 가량 떨어진 인텔사를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이 불안한 한반도 정세로 투자를 주저하던 이들을 만나 우리의 비전을 제시한 것은 ‘금전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성과다.
미주 한인에 대한 관심표시도 적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동포간담회가 한국인이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기여한 아시안 아트 뮤지엄에서 열렸다. 동포들의 위상이 자연스레 주류언론을 타고 미 전역에 퍼져 나갔다. 참여정부의 동포들에 대한 애정의 일례라고 본다.
유 민 LA총영사관 공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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