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협곡에서 바위에 짓눌려 죽음을 목전에 바라보던 한 청년이 스스로 바위 밑에 깔린 팔을 자르고 그 상태에서 8마일을 등산하여 살아 나온 얘기가 화제다.
엄청난 일을 해 낸 이 청년의 이름은 아론 랠스턴이다. 그는 오랜 등산으로 단련된 강건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 27세의 청년인데 5월 초 유타 주의 캐년랜드 국립공원 부근의 블루 존 캐년에서 등산을 하다가 운 나쁘게도 800파운드나 되는 거대한 바위가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재빨리 몸을 피했지만 오른 팔이 바위 밑에 깔리고 말았다.
토요일 오후에 일어난 일이었는데 목요일 아침이 되자 그는 물까지 떨어졌다. 이 닷새 동안 그가 먹은 음식이라곤 버리토 두 개뿐이었다. 그가 갇힌 곳은 위치와 지형상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
처음엔 힘으로 바위를 밀어내 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바위가 꿈쩍도 하지 않자 그는 힘을 낭비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평정을 유지하도록 애쓰면서 주머니칼로 바위를 깎아보기도 하고 밧줄을 걸어서 바위를 움직여 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실패였고 구조를 기다리는 것도 헛일이었다.
탈수상태에 빠질 위험에 직면한 그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그는 손목의 뼈 2개를 분지르고 주머니칼의 둔탁한 면을 사용해서 살을 톱질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수술용 칼이 아니었다. 통증이 심했으나 참아냈다. 그는 가족과 친구들, 또 미래를 생각하고 행복한 기억들에 정신을 집중시켰다.
팔을 잘라낸 것보다 그 후 랠스턴이 해낸 일이 어쩌면 더 힘들고 용감한 행위라 할 수도 있다. 그는 네덜란드인 등산객들을 만나게 될 때까지 팔이 잘리고 출혈이 심한 상태로 협곡의 밑바닥까지 내려간 다음 깎아지른 절벽 80피트를 이중 자일로 하강하는 등 총 8마일을 다시 등산했다.
이 놀라운 얘기를 읽으면서 나는 “네 팔이 너를 죄 짓게 하거든 잘라 버려라”고 하는 성경 구절을 생각했다. 그렇다. 죄를 계속 짓는 것보다는 팔이 없는 것이 더 낫다. 바위 밑에 낀 팔 때문에 죽게 생겼거든 그 팔을 자르고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누가 정말 이 젊은이처럼 할 수 있을까. 그런 극한 상황 아래서 그처럼 무엇이 정말 더 중요한가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었으며 그 결정을 행동에 옮길 수 있었던 랠스턴의 용기와 인내력은 삶과 미래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열정,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깊은 애정에 그 뿌리를 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고나 질병으로 신체의 일부를 잃거나 못 쓰게 된 것 때문에 자살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잃은 것에 대한 비관보다 아직 건재한 것에 대해 감사할 수 있었다면, 랠스턴처럼 창창한 미래를 위해 팔 하나쯤은 희생할 수 있었다면 순간의 잘못된 판단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생각이 부정적으로 흐를 때마다 이제 랠스턴의 용기를 상기하고 싶다.
이재숙
애팔래치안대 시스템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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