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에 빠졌던 북핵회담이 다자간 협상 방식으로 열려 미국의 대북 불가침 보장을 골자로 하는 외교적 타협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2일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 북한의 검증 가능한 핵 폐기를 끌어내기 위해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임을 공식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미국정부 관리들이 북한이 도발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 온 부시대통령의 구
두 약속을 공식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북한이 핵 위기를 조성하면서 핵 개발 포기의 조건으로 불가침조약의 체결을 요구했을 때 이 요구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어 적성국가에 팔아넘기고 테러리스트에게도 넘길 수 있는 위험국가이다. 또 마약과 위폐를 만들어 유통시키는 범죄집단이기도 하며 독재정치와 인권 탄압으로 악명을 떨칠 뿐 아니라 국민을 굶겨 죽이고 있는 악덕 집단이기도 하다.
부시대통령이 ‘악의 축’이라고 지목한 북한 정권은 이 지상에서 사라져야 마땅할 존재이다. 불가침조약이 이런 체제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니 미국이 받아들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라크 다음은 북한”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여러가지 사정이 달라졌다. 깨끗하게 끝나게 될 것으로 예상했던 이라크전이 개운찮은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이라크 내에서 전사자가 계속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시대통령이 정보 왜곡의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이라크전을 둘러싸고 조성됐던 국외의 반 부시 여론이 이제 국내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지부진한 국내경기의 회복세는 내년 대
선을 앞둔 부시대통령에게 악재를 더해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연료봉의 재처리를 끝냈다고 공식 통보하는 등 밀어부치고 있으니 미국으로서는 어떤 해법을 찾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당장 전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 외교적 타협의 방법 밖에 없으므로 북한의 요구사항인 체제보장, 즉 불가침 보장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에도 북한의 벼랑끝 외교전술이 효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그러면 이번 북핵사태가 핵개발 포기와 불가침 보장으로 완전히 해결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앞으로 어떤 타협책으로 핵위기를 모면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1994년의 제네바 합의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시 북한의 핵개발 위협을 둘러싼 북미회담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미국이 경수로를 건설하고 중유를 공급하기로 합의했
었다.
그러나 북한은 그 후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핵개발을 계속했고 드디어 핵확산 금지조약까지 탈퇴하여 새로운 핵 위기가 발생했다.이번 핵 협상이 핵 개발 포기와 불가침 보장 등 외교적 타협을 이룩한다고 해도 북한이 은
밀한 핵 개발을 계속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북한이 국제감시 때문에 핵 개발을 할 수 없게 되면 다른 무력수단을 개발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정권은 근본적으로 폭력정권이며 선군정치라는 군사력 제1주의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북한으로서는 오히려 앞으로 북핵 위기가 타결되면 시간과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핵문제가 해결된 이상 미국과 한국 등이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게 될 것이고 경제적 협력 지원을 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핵 개발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무력수단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경제적 협력 지원은 북한의 군사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주게 될 뿐이다. 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또 다른 군사적 위협으로 인해 불가침 보장은 제네바 합의처럼 휴지조각이 되고 한반도는 다시 전쟁의 위기 속에 휩쓸리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북핵문제의 해법이 일시적 미봉책에 그쳐서는 안된다. 핵개발 포기만이 불가침 보장의 전제조건이 되어서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북한이 진정으로 평화를 통한 체제 보장을 원한다면 모든 전쟁수단의 개발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물론 남한의 상응한 조치를 전제로 한 것이기도 하다. 창검을 녹여 쟁기를 만드는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켜
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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