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바티칸 궁전 벽화에 고대 서양 철학의 양대 거목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왼손에 책을 낀 채 나란히 걷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플라톤의 왼쪽 둘째 손가락은 하늘을 가리키고 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왼손 다섯 손가락은 땅을 가리키고 있다. 플라톤이 유토피아를 주장한 이상주의자요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가 현실주의자였음을 감안할 때 그 두 학자의 손가락은 상징성이 있어 보인다. 즉 인류의 역사발전은 현실과 이상을 동시에 추구해야하며 이상과 현실의 비중을 이상 하나에 현실 다섯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암시를 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현재란 글자 그대로 지금(現), 여기에 있는(在) 것이란 뜻이다. 현재를 중요시하고 현재에 몰두한 사람으로 뉴턴을 꼽는다. 어떻게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언제나 그 문제만 생각하고 있었다”고 그는 대답했다. 언제나 그 문제를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지구의 지축을 행해 떨어지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 만유인력이란 영감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여기서 ‘언제나’라는 시제는 과거나 미래보다 현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렇듯 현재는 소중하다. 그러나 사람은 제자리에서 서 있을 수만은 없다. 걷는 자만이 앞으로 갈 수 있기에 미래에 이상을 걸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오늘은 어제의 생활보다 더 새롭고 오늘의 생활보다 내일의 생활을 더 한층 새롭게’ 하기 위해서다. 이 말은 중국의 사서의 하나인 대학 제10장에 나오는 말이다.“참으로 날로 새롭고 나날이 새롭고 또 날로 새롭다”는 이 말에 우리는 삶을 걸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말한 바티칸 궁전의 벽화에는 현재와 미래만이 상징화되어 있을 뿐 과거를 상징하는 것이 어디에도 없다.
망각은 인간의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마땅히 잊어야 할 것을 깨끗이 잊는 것은 좋다. 그러나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 것이 있고 또 용서하되 잊어서는 안될 것이 있다. 무엇을 잊고 무엇을 잊지 않아야 하는지를 바로 아는 것이 삶의 지혜다.
과거를 잊는 것보다 더 무서운 말이 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잊는 것이다. 누가 공자에게 물었다. “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글쎄 집이 흉가라고 이사를 가면서 병든 자기 아내를 잊어버리고 갔습니다.” 그 말을 듣고 공자는 “잊는 것으로 말하자면 옛날 걸(桀)과 주(紂)라는 군주는 아내는 고사하고 자기 자신을 잊고 있었네”라고 했다 한다.
돈 벌기에 바빠서, 향락 추구에 빠져서, 명예와 지위를 찾다보니, 취미에 몰두하다보니 등 무엇에 지나치게 몰두하다보니 마치 장터에서 장을 보다가 아이를 잃어버리듯 나를 잃어버리고 살아간다.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 그 동안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서로 연계시켜 나날이 새롭고 또 날로 새롭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참 나’는 건재한 지 하반기를 맞는 지금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장익환/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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