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꽃이 피었습니다”고 하던 남편의 친구부인을 생각하면서 아파트 난간에 이사올 때 가져온 부추 몇 뿌리가 번지고 줄기를 올리더니 달밤에 소금 꽃을 뿌린 듯이 하얀 꽃이 피기 시작했다.
일요일 아침도 역시 물을 주는데 옆에 연녹색 넝쿨 줄기 화분 속에서 부드득하고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가 옆 꽃 배나무 가지 위에 앉아 지져댄다. 날아간 자리에는 하얀 자그만 알이 신기롭다. 비둘기는 언제나 쌍으로 새끼를 키운다는데 어찌 알 하나를 품고 앉았을까? 뜨거운 햇살에 꼼짝도 않고 앉아있는 어미 비둘기가 안스러워 신문지로 그늘을 드리워 주려고 했으나 비둘기는 날아가 버리고 나무 가지 위에서 지져만 댄다.
나는 얼른 화분 가득히 물을 준다. 좁은 이 뙤약볕에 시원하겠지? 아니, 신문지를 덮어놓으면 더 덥겠구나, 바람이 통하는 게 더 시원하겠구나 하면서 옆의 화분에서 넘어간 넝쿨을 만들고 있는 잎들을 주워 올려 얼기설기 비둘기가 앉아 있는 넝쿨과 맞춰 자그마한 연녹색 넝쿨 집을 지어 놓는다.
“때르릉”전화벨소리에 전화를 받는다. 영국에 살고 있는 질녀의 음성에 외삼촌을 찾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뭐라고? 지난 5월 17일 나의 큰아들 아이의 돌잔치에 오셔서 언제나 나의 옆자리에 앉으셔서 맛있게 식사하시면서 항상 웃는 얼굴로 언제나 호인이신 인정 많고 가슴 따뜻한 남자! 친구 좋아하고 노래부르시기 좋아하는 인정 많으신 분. 그날 떠나시며 나눈 인사가 마지막이 될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렇게 인생은 가도 되는 것인가? “스트레스가 사람을 죽인다”고들 야단들인 요즘, 나는 여자만이 스트레스로 죽을 수 있는 줄만 알았다. 남자도 스트레스로 죽을 수 있다는 증거를 하고간 인정 많은 ‘돌쇠’ 닮은 한국남자! 이제, 하나님 품속에 평안히 쉬시길 바란다.
알 하나만 낳았다고 걱정하던 나에게 하얀 알 두개를 품고 오늘도 뙤약볕에 꼼짝 않고 앉아있는 저 비둘기의 모정, 삼촌의 삼오를 지내고 공항으로 달려가 친정조카를 만나고(?) 저녁에는 호텔에서 같이 연수 온 옆방의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만들어 주는 큰고모부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조카. “생일 축하한다”고 노래불러주는 또래의 남자아이들! “Sweet 16” 금목걸이를 준비해간 나에게 “큰고모 고마와요.””그래 열심히 공부해서 엄마의 소원을 풀어주 거라.”
오늘도 비둘기는 알 두개를 생명처럼 품고 앉아 이제는 제 손길에도 날아가지 않고 있으니 이심전심이 이루어졌나 보다. 이제는 남편의 궁금증이 더하다. 언제 새끼가 태어날 거냐고? 글쎄 3주 후면?! 그것도 모르느냐고 타박을 하기 전에 백과사전을 찾아볼까? 사람이 산다는 것! 숨을 10분 이상 쉬지 못하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이번 시동생 가시면서 들은 이야기. 인생은 알고도 모르는 것! 평안히 잠드세요, 삼촌!
김옥분/롱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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