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다니는 A군은 멋모르고 아버지 코트를 입고 갔다 봉변을 당했다. 주머니 안에 과일 깎는 칼이 들어 있는 것을 선생이 발견, 즉시 학교 당국에 신고한 것이다.
절대 고의가 아니었다고 극구 변명했지만 의무적으로 카운슬링을 받으라는 통고를 받고 학교 안전에 관한 교육을 받아야 했다.
수년 전 발생한 컬럼바인 총격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교내 안전에 관한 수칙이 어마어마하게 엄격해 졌다.
“너 까불면 죽어” 식의 언행은 말할 것도 없고 남을 해치는 그림을 그리거나 난잡한 복장을 하고 오는 것은 모두 징계 사유가 된다. ‘문화 차이가 어쩌고저쩌고’ 설명을 해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한인 학부모들이 이런 학교 방침을 이해하고 쓸 데 없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자발적으로 자녀 상담을 의뢰하는 학부모가 늘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부모가 먼저 자녀의 행동에 관해 관심을 표시하고 적극적으로 상담을 문의하는 경우는 적었다. 학교에서 상담을 권유하여 자녀와 함께 온 부모들은 대부분 “학교가 문화적으로 둔감하다”거나 “사소한 일을 크게 확대 해석한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었다. 학교와 상담기관, 그리고 학부모간의 협력 관계가 증진된 것도 큰 변화다.
대부분의 학교는 각 커뮤니티 상담 기관과 연대, 교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인 청소년 회관의 경우도 LA 인근학교 뿐만이 아니라 토렌스 교육 통합국 산하의 학교에까지 상담원들이 직접 찾아가서 상담 서비스를 행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상담원들이 앉아 학생들을 맞이하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서비스가 필요한 학생과 가족에게 다가간다는 점에서 발전이라고 본다.
정신 건강 분야 상담에 대한 부모의 인식이 보다 포용력 있게 변화된 것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요즘은 많은 부모들로부터 먼저 “저...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라는 것이 우리 아이에게 해당되는 말인가요”등의 질문을 받곤 하다. 전에는 아이가 장애라는 말만 꺼내도 화부터 내는 부모가 많았었다.
각 학교의 학부모 세미나 및 신문 보도 등을 통해 ADHD라는 용어는 더 이상 정신건강 분야의 생경한 전문용어가 아니게 되었다.
자녀가 과제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이것저것 조금씩 한다거나 혹은 한자리에 계속해서 앉아있지 못한다거나 등의 행동을 보일 때 이전보다 더 많은 부모들이 “얘는 왜이리 산만한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혹시 신문에서 본 ADHD인가하는 증상 아닐까”할 정도로 정신건강 분야는 친숙해졌다.
이같은 변화는 상담 기관, 학교, 학부모, 언론 등 커뮤니티 전체가 힘을 합하여 조금씩 일구어 낸 것이다. 청소년 문제는 일이 터진 다음에 허둥대기보다 미리 막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학교와 학부모, 상담 기관이 지금처럼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협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한인 청소년들의 앞날은 밝다고 본다.
신혜선
한인 청소년 회관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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