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 (KYCC 학부모상담 교실)
요새는 애 눈치보는 시집살이가 말도 못해요. 평소에 못 본 척 하다가 너무 컴퓨터만 하는 것 같아 어쩌다 한번씩 너 숙제는 다 해놓은 거냐고 몇 마디 하려고 하면 화부터 내거나 자기가 다 알아서 한다고 하니 무슨 말도 못하겠어요. 학부모 교실에서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의 말이다.
자녀들의 이야기는 그 관점이 사뭇 다르다. 굳이 말은 안 해도 이미 얼굴 가득 못마땅하다는 기색이 역력하기 때문에 야단을 맞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의견도 있었고, 대부분은 부모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녀가 부모의 기색을 보고 미리 지레짐작으로 ‘공부 잔소리’를 할 것이라고 대비하고 있음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에게 바라는 것이 공부 더 해라 좋은 점수 받아라 만은 아니라고 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점수보다는 좋은 공부자세 즉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 동안 공부하는 좋은 학업 습관을 가지기를 더 바란다고들 한다. 또한 성적보다는 하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하고 그 과정이 소중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부모가 뜻하는 ‘최선을 다하는’ ‘자신이 할 수 있을 만큼 노력하는’ 모습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모습일까?
그러나 자녀들에게 막연히 노력을 더 하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무엇인가 노력을 측정할 수 있는 잣대를, 구체적인 행동을 설명해 주는 것이 부모와 자녀간의 평행선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본다. 부모가 원하는 좋은 학업 습관과 꾸준한 노력을 나타내주는 것은, 자녀가 매일 숙제 외 30분씩 다른 과제를 하는 것, 혹은 숙제를 마치기 전에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는 것, 혹은 주말에 게임하는 시간에서 한 시간씩 책을 읽는 시간으로 할애해 주는 것 등 보다 구체적인 행동으로 다시금 지시할 수 있다.
노력하는 모습이란 어떠한 특정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매우 주관적인 의미를 지닌다. 부모님이 뜻하는 메시지를 보다 구체적인 행동으로 풀어서 설명한다면 자녀들 역시 행동기준을 보다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럼으로써 무조건 공부해라로 레퍼터리를 부르짖는 부모님이 아닌, 좋은 습관을 심어주려고 하는 부모의 원래 의도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습관을 들인다는 것은 훌륭한 삶의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꾸준한 학업습관을 익숙케 하기 위해서 자녀는 시간관념, 시간관리, 여러 과제 중에 무엇을 우선 순위로 두어야 하는가,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등의 많은 삶의 방법을 배워나가야 한다. 자녀들에게 부모의 기대치를 행동으로 바꾸어서 설명해 준다면 자녀가 행동으로 하는 동안 이 같은 삶의 방법 역시 함께 배울 수 있겠고 부모와 자녀간에 서로 엇갈리는 해석이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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