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시언/목사
’견원지간’이란 말이 있다. 개와 원숭이 사이란 뜻. 서로 사이가 나쁜 두 사람의 관계를 말할 때 이 표현이 동원된다. 그런데 이 말을 곰곰이 뜯어보니 어딘가 엇박자다. 개와 원숭이가 만날 확률을 놓고 보면 어딘가 현실감을 상실한, 앞뒤가 맞지 않는 표현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인들의 표현은 훨씬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견원지간’은 그들의 표현으로는 ‘견묘지간’이 된다. 개와 고양이 사이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맞붙어 싸울 때 ‘fight like cats and dogs’라고 한다.
개와 고양이는 애완동물이다. 한집안에 살며 좁은 영역에서 서로 자주 접촉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서로의 영역이 침범 당하고 맞붙어 으르렁거릴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개와 고양이가 사이가 나빠진 데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는 것이다.
한 늙은 어부가 어느 날 큰 잉어를 한 마리 그물에 건져 올리는데, 잉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살려줄 것을 요청하자 심성이 고왔던 어부는 잉어를 방생한다. 그게 공교롭게도 용왕의 아들이었다나! 어부는 선행의 대가로 값진 보배 구슬을 하나 얻게 된다.
그런데 어쩌다 어부는 그 귀한 구슬을 잃게 되고, 개와 고양이가 구슬을 찾아온다. 귀로에 강을 만나 개가 구슬을 입에 문 고양이를 등에 업고 도강하다 고양이에게 구슬을 잘 간직하고 있냐?고 묻자 고양이가 입을 쩍 벌리며 호기롭게 그래하는 순간 입에 문 구슬을 그만 강물에 빠뜨려버렸다.
서로 네 탓이라며 다투다 개는 귀가하고 고양이는 강가에서 물고기를 얻어먹으며 연명하던 중, 물고기 뱃속에서 구슬을 발견하여 늙은 어부에게 가져간다. 이후 어부 내외가 고양이를 편애해 집안에 두고 개는 박대하여 집밖에 둠으로 둘 사이가 더 악화됐다는 이야기다.
거기 더해 커뮤니케이션의 불일치, 아니 시쳇말로 ‘코드’의 불일치가 심각한 불화의 원인이 된다.
가장 쉬운 예로, 개가 앞다리를 들면 놀자는 것인데, 고양이가 앞다리를 드는 경우는 적대 신호다. 또 고양이가 ‘야옹’하는 것은 만족감의 표시인 반면, 개는 그것을 ‘으르렁’대는 위협의 신호로 오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불화가 그칠 날이 없게 된다.
’코드’ 얘기를 하자니 자연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는 1946년 생으로 개띠이다. 반면, 그가 측근비리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단식투쟁이 돌입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1938년 생이니 호랑이띠, 고양이과의 동물이다. 노 대통령이 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던 날, 국무회의 석상에서 자신과 최 대표의 팽팽한 대치상태를 개와 고양이의 코드 불일치에 비유, 국무위원들의 폭소를 유도해 세인의 눈길을 끈다.
개는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들고 살랑살랑 흔들고 기분이 나쁘면 꼬리를 내리는데 반해, 고양이과 짐승들은 기분 나쁘면 꼬리를 빳빳하게 지켜들고 공격 자세를 취하고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내린다.
노 대통령이 그 특유의 걸쭉한 입담으로 좌중을 한판 폭소의 도가니로 몰고 간 것까지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국가의 수장이 국사를 논하는 엄숙한(?) 자리에서라면 약간 체신을 손상시킨 수준 이하의 언사가 아니었나 한다. 정치 현장에 난무하는 말들이 수준을 무너뜨리고, 대통령이 야당 대표에 대해 막말을 하는 세상. 코드의 불일치인가, 아니면 코드마저 부재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혼탁하고 엉망으로 돌아가는 정치기류에 노-최 두 사람은 ‘구슬’ 잃은 책임을 서로 네 탓으로 돌리며 삿대질이나 하기에 여념이 없는 형국이 아닌지. 처음부터 생리적으로 코드가 맞지 않는 개와 고양이의 싸움에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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