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토랜스
며칠 전 한국일보에 어느 미국 목사가 쓴 ‘목사변칙 딜레마’란 글이 있었다. 한국 목사들이 신도들에게서 받는 향응은 미국 목사로서는 이해가 안될 정도라는 내용이었다. 신자들이 목사와 함께 식당에 갔다면 신자들이 음식값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긴다. 오히려 대접한 신자는 목사를 대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에 보람마저 느낀다. 왜냐하면 목사를 대접하면 복을 받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주의 종을 대접하면 반드시 복을 받을까. 성경에는 찬물 한 그릇을 대접해도 그 상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고 주는 자가 복이 있다고도 하였으니 목사를 잘 대접하면 복을 받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것 같다. 이런 한국 교계의 풍토에서 오늘날 큰 교회 목사들이 받는 대접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접하는 자가 복을 받는다면 대접을 받는 자는 어떨까?
불가에서는 중이 이생에 수도를 제대로 못하고 죽으면 소가 된다고 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신도들의 시주만 받고 살다가 죽으면 소가 되어 한평생 사람들을 위해 있다가 죽어 살과 피와 가죽 등을 다 바쳐 이생에서 받은 것은 반드시 다 갚아야 한다고 한다. 행한 대로 받는 인과의 법칙인 셈이다.
또 이런 말도 있다. 불자가 스님에게 시주를 하면 받는 자는 숫돌과 같고 시주한 사람은 칼과 같다고 한다. 칼은 숫돌에 갈면 날카로워져 유익하나 숫돌은 갈수록 닳아져 손해를 본다. 그래서 참된 수도자는 시주를 두려워하며 도가 높을수록 청빈한 생애를 보내고 갔던 것이다. 불교나 기독교나 이런 성자들에게 밥이나 혹은 찬물 한 그릇 이라도 대접한다면 어찌 복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문제는 과분한 대접을 받는 일이다. 만일 신도로부터 받는 것을 당연시하고 받는 것을 자랑하는 목사가 있다면 그는 자기 영혼을 숫돌처럼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몇 년 전 한국의 한 유명 목사가 이곳에 와서 부흥회를 하였는데 우리 교회 한 장로는 나에게 집을 사주었어. 사택이 아니고 내 것이라고 자랑하는 것을 들었는데 얼마 전 그 목사가 교회 돈 문제 등으로 지금 감옥에 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만일 주는 자가 복을 받는다면 받는 자도 무엇이든 주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주고받는 것이 반드시 물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줄 때는 아무런 기대 없이 주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예수의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인줄 안다. 이 말은 남모르게 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잘했다는 생각마저 없이 하라는 뜻인 줄 안다.
교회는 점점 대형화되어 엄청난 돈이 모이는데 우리 주위에는 무숙자, 병든 자, 헐벗고 굶주리는 자가 어찌 그리도 많은가. 예수는 이들에게 행한 것이 곧 나에게 행한 것이라고 했는데도 말이다. 교회는 그 많은 돈을 받아서 얼마나 이 세상에 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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