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혜
사회사업으로 장애인 학교를 운영하시던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분이 있다. 그 분이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의 일중 하나는 자신을 돌보던 언어장애가 있는 아주머니가 사람들과 수화로 대화하던 모습을 아주머니의 등에 업혀서 본 것이라고 한다. 수화로 대화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란 덕분에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나 감정을 읽는 것은 배웠으나 말을 늦게 시작했고 지금도 달변인 집안식구들과 달리 그 분은 말이 좀 늦다고 한다.
어린 아기가 자라나는 환경이 언어발달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언어는 사람과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전달하는 기본적인 수단이므로 갓난아이가 태어나서 아무 의미 없는 소리를 낼 때부터 이미 언어발달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아기들이 돌이 지나면 한 단어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던 것이 발전하여 마치 전보를 치듯이 중심 단어 두세개를 나열하는 말을 하게 되는데 이 때도 아기가 말하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 자꾸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엄마 멍멍 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강아지가 무섭다는 뜻일 수도 있고, 좋다는 뜻일 수도 있다. 현명한 엄마라면 강아지 예쁘지? 또는 강아지 무서워?등 여러 표현으로 아기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내고 또 그 상황에 연관된 여러 단어를 듣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또한 자녀들이 끝도 없이 질문을 계속할 때 그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대화해 주는 것도 언어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 몇달 전 병원에 가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세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할머니를 따라와서 함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루해진 아이가 할머니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던졌더니 할머니는 귀찮아서 한마디도 대꾸를 안하고 딴 청을 하시다가 자꾸만 물어보는 손녀딸에게 너 자꾸 떠들면 의사 선생님보고 주사 한대 놓으라고 그런다고 공갈 협박(?)을 해서 겁에 질린 손녀를 조용하게 만들었다.
아이가 물어보는 말들에 차근차근 대답해 주셨더라면 아이는 할머니하고 더 가까워지는 것 뿐 아니라 그런 대화 과정을 통해서 모르던 단어를 배우게 되었을텐데 자연스러운 배움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모든 상황과 기회를 이용해서 아이의 사소한 질문에도 정성껏 대화해주는 것이 어휘력을 키우기 위해 SAT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언어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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