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기자
요즘 멜 깁슨의 ‘그리스도의 수난’이 화제다. 이 영화는 미국내 박스 오피스에서 3주 연속 1위를 기록, 멜 깁슨에게 다시 한번 엄청난 부와 명성을 더해주고 있다.
’그리스도의 수난’은 개봉 직후 평론가들로부터 예수의 수난을 부각시키기는커녕 인간의 잔혹성만을 부각시켰다고 혹평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카톨릭등 일부 종교계에서는 교황이 직접 나서 예수 역을 맡은 배우를 접견하는 등 환영일색, 다양한 감상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스도의 수난’은 예수의 고통을 통하여 영적 부패를 뿌리 뽑자는 매우 고상한 내용을 담고 있어 감동적인 일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표현하는 방법이 아주 잔혹하기 이를 데 없고 예수의 고통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려다보니 인간 경멸주의가 조성되고 말았다. 영화에서는 예수와 마리아를 제외하고는 모든 인간이 피에 굶주린 이리떼와 같은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유리 조각이 삽인된 채찍으로 예수를 내리치는 장면등은 과장되기 이를 데 없고, 피의 고문은 고난의 숙연한 모습은커녕 폭력주의와 인간의 잔인성만 잔뜩 부각시키고있다.
고문으로 피투성이가 된 예수는 십자가를 지고 가면서 내가 세상을 바꿔 놓겠습니다Mother I will make everything new라고 비장한 말투로 마리아에게 말을 건네게 되는데 과연 예수가 이 영화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의문이다. 과연 ‘그리스도의 수난’은 반 유대주의 없이 예수의 고상한 희생정신만을 부각시키고 있을까? 과연 이 영화는 폭력이 난무하는 달콤한 쾌락주의 영화에만 도취된 현대인의 정신 속에 고귀한 고통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대답은 무척 회의적이다. 이 영화가 시사하는 가장 결정적인 결함은 인간이란 존재가 예수가 그토록 염원하고, 고통을 인내해가면서까지 변화시켜야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의심이 갈 만큼 적나라하게 폭로한 인간경멸주의에 있다 -물론 이는 멜 깁슨적 반인본주의 신앙인지 모르지만-.
물론 멜 깁슨이란 배우는 헐리웃 상류사회 풍토에 젖어있으면서 대다수의 인간들이 하찮게 보였는지도 모른다. 또 그 하찮은 인간들을 희생양 삼아 자신의 정신적 허무감, 허탈감등을 보상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는 기독교(영화)로 위장한 반 유태주의, 폭력주의가 가득한 영화임을 부인할 수 없다.-의도적이든 아니든-
과거 인도의 간디는 예수는 존경하지만 예수를 믿는 크리스챤은 경멸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 과연 멜 깁슨이 흥행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도 ‘예수의 고난’을 그처럼 잔인하게 과장시킬 수 있었을까? 의심이다. 예수가 그리는 새 세상은 일개의 영화로 인한 일시적인 예수 열풍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평화의 세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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