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쪽 관중석에 자리잡은 한인 팬들이 박찬호의 역투에 함성과 박수로 응원하고 있다.
박찬호 경기 2백여명 열띤 응원
1구1구에 의지가 실리고 희망이 실렸다. 기나긴 부상악몽을 씻어내고 10개월만에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의 부활을 열망하고 승리를 기원하는 팬들의 마음도 그랬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오클랜드 A’s의 04시즌 2차전이 열린 6일 밤 오클랜드 콜로세움.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군데군데 자리잡은 한인 등 박찬호 팬들은 ‘코리안 특급’이 1구1구 혼의 피칭을 거듭할 때마다 목이 터져라 박찬호를 연호하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체감온도 40도 안팎의 쌀쌀한 날씨에다 바람까지 제법 강하게 불어 1만3,000명도 채 안되는 A’s 팬들은 거의다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털모자 등을 눌러쓴 채 비교적 조용히 관전, 거대한 콜로세움이 유난히 휑하고 을씨년스럽게 느껴지게 했지만 200명 남짓 박찬호 팬들은 경기시작 이전부터 귀에 익은 대∼한민국 가락에 맞춰 기∼찬호박을 외치는 등 기세를 올렸다.
지난달 말 생겨난 사이버 팬클럽 ‘기찬놈들’ 회원 이길화(35·무역업·텍사스주 피닉스 거주)씨는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박찬호에게 기(氣)를 불어넣어주자는 뜻에서 이 구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마침 박찬호 역시 지난 2년의 고통을 씻어내기 위해 기 수련으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이씨는 또 (지난 97년 말) 한국에 IMF 위기가 닥쳤을 때 박찬호의 승전보에 희망을 얻곤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요즘 (한국에서) 이런저런 안좋은 소식들이 많이 들려오는데 박찬호가 멋지게 부활해 그런 것들을 말끔히 씻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찬호 팬들이 한인들만은 아니었다. 조애나 바버라(25·여·산마테오 단센터 인스트럭터)씨는 3년 전 애리조나 메사에서 단학을 처음 접한 뒤 아예 한국팬, 박찬호팬이 됐다며 이날도 양 뺨에 태극문양과 박찬호의 선수번호 61번을 페인팅한 채 이씨 등과 함께 ‘박찬호 기살리기’에 합세했다. 또 경기 시작 1시간30분 전에 콜로세움에 도착해 응원 예행연습까지 참여한 피터 마시(35·회사원·프리몬트 거주)씨도 기수련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되고 박찬호의 팬이 됐다며 (기수련으로) 새로운 기를 얻은 챈호 팍(박찬호)이 반드시 재기에 성공할 것이라고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보이기도 했다.
이밖에 샌프란시스코 큐리오서티 데이케어 센터에서 교사로 일하는 셰릴 콘셉시온 여사는 크리스 에드몬드(9)군 등 초등학생 예닐곱명을 직접 인솔하고 박찬호 응원전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박찬호의 화답 피칭도 값진 것이었다. 6회 말 아차 하는 순간 저메인 다이의 2점 홈런을 포함한 집중타를 얻어맞고 1대3으로 역전패를 당했지만 그는 8회말 2사후 마운드를 물려줄 때까지 절묘한 컨트롤과 농익은 게임운영으로 A’s 타자들을 속속 농락하며 부활의 날개를 활짝 폈다. 박찬호도 팬들도 이날 패배에 기죽지 않았다. 아쉽지만 모두들 원기를 되찾은 희망있는 패배였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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