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에서 한국 뉴스를 읽다가 소리내어 웃은 일이 있다. 얘기인즉, 정부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집단 거주하는 집창촌의 단계적 폐쇄 방침을 밝힌 데에 대하여 전국의 윤락가 업주들이 강력하게 항의할 것을 결의하면서 오는 9월에 전국의 윤락가가 동맹휴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 위안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쾌락을 제공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라 다른 사람들이 감히 생각 못하는 유머 감각이 있다고나 할까, 강제로 문을 닫겠다는 당국에 대한 항의가 자발적인 동맹휴업이라니, 그 다음에는 정부에서 공권력을 투입하여 아가씨들에게 강제로 조업을 하라고 몽둥이를 휘두를 것인지, 정말로 한 마당 웃음보따리를 풀어 놓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태세이다.
서구에서 가끔 “우리도 전문 직업인이다”(We are professionals too) 또는 “나쁜 여성이란 없다, 나쁜 법이 있을 뿐이다”(No bad women, just bad laws) 등의 구호를 내세우고 반라의 직업여인들이 성매매의 비 범죄화를 주장하며 시위를 하는 것을 신문에서 읽은 일은 있어도 그들이 동맹휴업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을 들은 일은 없는 것 같다.
성매매를 직업으로 하는 여인들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여성들이 동맹을 하여 남성들에게 성을 거부함으로써 목적을 이룬다는 작품을 희랍의 희극 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쓴 일이 있다.
수십년 동안 계속되는 아테네와 스파르타간의 펠레폰네소스 전쟁에 지친 아테네의 여성들이 리시스트라타라는 여인의 지휘 하에 아크로폴리스를 점령하고 남성들에게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성을 거부하겠다고 동맹휴업에 들어가자 스파르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결국에는 평화를 가져온다는 이야기다. 같은 민족간의 전쟁을 일관되게 반대했던 아리스토파네스가 능히 해보았을 만한 공상이다.
인류가 모계사회를 벗어나 남성 위주로 조직된 사회에 살게 된 것이 역사가 기록되기도 전의 일이지만 그 근저에는 아직도 여성의 현명함과 포용성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괴테가 일생에 걸쳐 힘들여 쓴 파우스트는 영원한 여성상이 완전함을 가져온다고 하는 알쏭달쏭한 구절로 끝난다. 왜 그 대작의 마지막을 이런 말로 끝냈어야 하는지 문학 평론가들로 하여금 머리를 긁적이게 하는 구절이지만 괴테가 가진 여성에 대한 궁극적인 그리움을 보여주는 구절이다.
지혜를 의미하는 희랍 단어는 여성 명사인 소피아(Sophia)이다. 서양의 정신사에서 정통 기독교의 모진 박해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명맥을 이어 온 영지주의에서는 소피아를 분노와 독단으로 가득 찬 야웨에 대칭되는 화해와 치유를 통한 구원의 여신상으로 본다.
지난 한국 총선에서 여야 정당이 저마다 여성 지도자들을 옹위하여 위기를 벗어나려고 했던 것도 그러한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망상일까? 여성 특유의 직관력과 현명함을 갖춘 지도자들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김철회 법정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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